애플의 첫 폴더블폰 '아이폰 듀오' 흥행 여부에 국내 부품 업계의 하반기 실적이 상당 부분 좌우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부터 메모리·광학모듈까지 핵심 공급망을 싹쓸이한 만큼 아이폰 듀오가 팔려 나갈수록 수혜가 커지는 구조다.
애플은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접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를 선보였다. 폴더블폰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유연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전량 공급한다. 7.8인치 내부 화면과 5.5인치 외부 화면용 패널을 모두 독점 공급하며 애플의 1세대 폴더블 생태계 주도권을 확보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상·하단 패널 모두 초박막강화유리(UTG)를 적용한 '듀얼 UTG' 구조를 채택해 화면 주름을 크게 개선했다. 지난 1월 'CES 2026'에서 공개한 무주름 시제품은 갤럭시Z 폴드7 대비 주름 깊이를 약 20% 줄여 기술 완성도를 입증했다. 2019년부터 삼성전자의 갤럭시 Z 시리즈 양산을 통해 축적해온 폴딩 내구성과 양산 수율이 애플 단독 공급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초슬림 폴더블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카메라 모듈은 LG이노텍이 전담한다. LG이노텍은 힌지(경첩) 부위를 피한 독자 구조를 설계해 잠망경 형태의 '폴디드줌'을 적용했다. 프리즘으로 빛을 꺾는 방식을 통해 얇은 기기 두께에도 고배율 광학 줌과 손떨림 보정 성능을 동시에 잡았다. 2023년 아이폰15 프로맥스 이래 애플의 폴디드줌 공급망을 지켜온 초정밀 광학 기술력이 까다로운 폴더블 규격마저 충족했다.
기기 내부의 '두뇌'와 '기억 장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도맡는다. 양사는 온디바이스 AI 연산과 다중 작업 처리를 위한 12GB LPDDR5X D램 물량의 70%를 합작 공급한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저 두께인 0.65mm LPDDR5X로 열 저항을 21.2% 줄이고 소비전력을 25% 개선했다. SK하이닉스는 하이케이메탈게이트(HKMG) 공정을 적용한 24GB LPDDR5X 패키지로 단일 패키지 기준 세계 최대 용량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역시 두 기업이 전체 물량의 약 45%를 담당한다.
업계는 애플의 신작 공급망 구도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중국과의 격차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BOE가 아이폰 일반 모델의 OLED 패널 일부를 공급하고 있지만 폴더블을 비롯한 최상위 플래그십 라인업의 문턱은 넘지 못하고 있다. CXMT 등 중국 메모리 업체 역시 LPDDR5X 공정 미세화 격차와 협상 결렬로 공급망 진입에 실패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기술력을 개선하며 범용 부품 시장에서 추격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초고속·저전력 메모리와 폴더블 패널 같은 최첨단 영역에서는 양산 안정성과 품질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폰 듀오가 글로벌 모바일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면서 국내 주요 부품사들의 하반기 실적 개선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아이폰 듀오용 OLED 출하로 중소형 패널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5~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LG이노텍 역시 단가가 높은 초슬림 폴디드줌 카메라 모듈 공급 효과로 광학솔루션 사업부의 4분기 실적 모멘텀이 극대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품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 듀오는 초고가 프리미엄 라인업인 만큼 부품 단가(ASP)와 수익성이 매우 높다"며 "초기 수율과 품질 신뢰성을 인정받은 만큼 물량 확대에 따른 하반기 실적 성장세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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