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선의 주가방향] 5년 전 에르메스백 대신 주식 샀다면?…뜻밖의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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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백을 살까, 그 돈으로 에르메스 주식을 살까.'

5년 전 이런 고민을 했다면 어느 쪽이 더 나은 선택이었을까.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가방은 통상 소비재로 분류되지만 최근 수년간 반복된 가격 인상과 높은 희소성에 힘입어 일부 인기 제품 가격은 웬만한 주식 못지않게 뛰었다.

대표적인 제품이 에르메스의 '버킨백'이다. 지난 5년간 버킨백 가격 상승률과 같은 기간 에르메스 주가 상승률을 비교해보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버킨백 가격은 40% 넘게 오른 반면 에르메스 주가는 10%대 상승하는 데 그쳤다.

10일 아주경제가 유럽 현지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 에르메스 버킨25 토고의 가격은 2021년 6800유로에서 올해 9600유로로 41.2% 올랐다. 5년 전 6800유로면 살 수 있었던 가방을 지금 새로 사려면 2800유로를 더 내야 하는 셈이다.

같은 돈으로 에르메스 주식을 샀다면 수익률은 가방 가격 상승률에 미치지 못했다. 에르메스 인터내셔널 주가는 2021년 9월 10일 프랑스 파리 증시에서 1303.50유로를 기록했다. 지난 8일 종가는 1442.50유로로 약 5년간 10.7% 상승했다.

단순 가격 상승률만 놓고 보면 버킨25가 에르메스 주식보다 30.5%포인트 앞선다. 같은 '에르메스'에 돈을 썼더라도 가방을 산 소비자가 주식을 산 투자자보다 가격 상승 측면에서는 더 좋은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버킨백 가격은 최근 몇 년 사이 더욱 가파르게 올랐다. 버킨25의 유럽 판매가격은 2019년 6600유로에서 2021년 6800유로, 2024년 8600유로를 거쳐 올해 9600유로까지 상승했다. 에르메스가 주요 제품 가격을 꾸준히 인상한 데다 제한적인 공급과 높은 수요가 맞물린 영향이다.

루이비통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다만 루이비통은 에르메스와 달리 독립된 상장사가 없어 모기업인 LVMH 주가와 비교했다.

루이비통의 대표 제품인 네버풀 MM 모노그램의 유럽 판매가격은 2021년 1150유로에서 올해 1550유로로 34.8% 올랐다. 반면 LVMH 주가는 2021년 9월 당시 600유로 안팎에서 최근 400유로대로 내려왔다. 루이비통 가방 가격이 30% 넘게 오르는 사이 모기업 주가는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명품 소비가 급증하면서 한때 고공행진했던 명품주는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국 등 주요 시장의 명품 소비 둔화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LVMH와 에르메스 등 주요 명품기업의 주가도 조정을 받고 있다.

반면 명품 가방은 브랜드가 공급량과 판매 전략 등을 고려해 가격을 직접 결정한다. 특히 버킨과 켈리 등 에르메스의 일부 인기 제품은 원하는 시점에 매장에서 바로 구매하기 쉽지 않다. 이 같은 희소성은 지속적인 가격 인상에도 수요를 유지시키는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명품백이 주식보다 좋은 투자처'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가방의 정가 상승률이 실제 투자수익률을 뜻하지 않기 때문이다. 5년 전 6800유로에 산 버킨25의 신제품 정가가 현재 9600유로가 됐더라도 보유하던 가방을 같은 가격에 되팔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중고가격은 제품의 색상과 소재, 연식, 사용 상태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거래 과정에서 수수료가 발생할 수도 있다. 반대로 주식은 보유 기간 배당금을 받을 수 있어 단순 주가 상승률보다 실제 투자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다. 모든 명품백이 버킨처럼 가격을 방어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지난 5년의 가격표만 놓고 보면 결과는 흥미롭다. 에르메스 버킨25는 41.2% 오른 반면 에르메스 주가는 10.7% 상승하는 데 그쳤다. 5년 전 에르메스 매장 앞에서 '가방 대신 그 회사 주식을 사볼까' 고민했다면 적어도 지금까지의 숫자만 놓고는 가방을 들고 나온 선택을 아쉬워할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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