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앞 흉물' 사라질까…정부, 미술작품 '대여제' 검토

  • 건축주 선택권 넓히고 사후관리 개선 기대…미술시장 활성화

  • "비용·심사 복잡…작품 수준 떨어질 수도" 우려

서울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미술 작품을 직접 구매하는 대신 빌려 설치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한번 설치된 뒤 장기간 방치되거나 노후화돼 '건물 앞 흉물'로 전락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작품 대여가 건축주의 선택권을 넓히고 사후관리 문제를 개선할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9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문체부는 오는 16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 개선 정책토론회'를 열고 중장기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지자체와 작가, 건축사, 관련 단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이 참석한다.

눈에 띄는 것은 미술작품 대여제가 논의 테이블에 오르는 점이다. 현행 문화예술진흥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종류나 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지을 때 건축비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들여 회화, 조각, 공예 등 미술작품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문체부는 작품을 구매해 설치하는 기존 방식에서 나아가, 빌린 작품으로도 이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다만 검토 초기 단계다. 도입 여부는 물론 대여 기간과 비용 산정, 작품 교체 방식 등 구체적인 제도 설계도 정해지지 않았다.

문체부 관계자는 "대여제는 여러 방안 가운데 하나로, 현재는 방향을 탐색하는 수준"이라며 "사후관리 측면에서 장점이 있을 수 있고 미술 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건축주의 선택권도 다양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구상 단계로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건축물 미술작품의 사후관리는 오랜 숙제다. 작가의 창작 기회를 넓히고 시민이 일상에서 미술을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운영돼 왔으나, 한번 설치된 작품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노후·훼손되면서 오히려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최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2009년 신축 당시 설치된 대형 분수대 조형물이 타일이 깨지는 등 노후화돼 방치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같은 해 서울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 설치된 육근병 작가의 ‘빨간 잠수경’은 노후화된 작품 보수 방식을 놓고 건축주와 작가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이후 합의해 2024년 보수·복원되는 등 작품의 사후관리를 둘러싼 문제도 이어져 왔다.

대여제를 도입하려면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은 점은 부담이다. 대여 주체와 방식·기간을 비롯해 비용 산정 기준, 계약 종료 후 작품 교체 여부 등 세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작품 구매가 대여로 대체될 경우 작가들의 작품 판매에 미칠 영향도 따져봐야 한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대여제를 도입할 경우 작품 설치와 이동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수준 이하의 작품이 대여돼 도시 미관을 해치거나, 대여 기간 중 작품이 훼손될 경우 책임 소재를 둘러싼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미관 심사를 거치지만 작품의 수준을 둘러싼 논란이 적지 않다”며 “대여제를 도입하기에 앞서 심사 기준과 설치 대상부터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작품 선정 방식도 논의된다. 지난 7월 조계원 의원 등 14명이 발의한 문화예술진흥법 전부개정안은 미술작품 공개 공모 의무를 일정 공동주택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 국가·지자체와 공공기관 등에 적용되는 공모 의무를 민간 영역까지 넓히겠다는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대통령령으로 정한 요건을 갖춘 민간 아파트도 공개 공모를 통해 작품을 선정해야 한다. 

문체부는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동시에 대여제와 사후관리 강화 등 중장기 제도 개선 방안을 폭넓게 논의할 계획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재 발의된 개정안뿐 아니라 다양한 중장기 제도 개선 방안을 놓고 자유롭게 토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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