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범죄 기업이냐, 中 기술굴기 견제냐"…美 법정 서는 화웨이

  • 기술탈취·제재 회피…美검찰과 법적공방

  • RICO 혐의 핵심…멍완저우 진술서 증거 채택

  • 習 방미 앞두고 재판…미중 기술경쟁 촉각

2021년 9월 미국에 의해 캐나다에 억류됐던 멍완저우 중국 화웨이 부회장이 풀려나 중국 국가 전세기를 타고 귀국하는 모습 사진신화통신
2021년 9월, 미국에 의해 캐나다에 억류됐던 멍완저우 중국 화웨이 부회장이 풀려나 중국 국가 전세기를 타고 귀국하는 모습. [사진=신화통신]


중국 대표 빅테크(대형기술기업) 화웨이가 약 8년간 이어진 미국의 수사와 법적 공방 끝에 미국 뉴욕 법정에 선다. 미국 검찰은 화웨이가 경쟁사 기술 탈취와 이란 제재 회피 등의 범죄를 조직적으로 저질렀다고 주장해왔다. 이달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가안보와 기술패권, 지식재산권, 대이란 제재 등이 얽힌 이번 재판에 관심이 쏠린다.
RICO 혐의 핵심…멍완저우 진술서 증거 채택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 동부 연방지방법원은 8일(현지시각) 화웨이의 재판을 위한 배심원 선정 절차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재판 절차에 들어간다. 배심원단이 구성된 후 본격적인 증거 심리와 법정 공방이 수개월간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검찰은 화웨이가 조직적으로 경쟁사의 영업비밀과 기술을 빼돌리고, 이란 등 제재 대상국에서 사업하면서 금융기관을 속여 제재를 회피했으며, 수사 과정에서도 증거를 은폐하는 등 조직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핵심은 화웨이가 장기간 범죄행위를 조직적으로 수행한 기업이라는 '조직범죄방지법(RICO, 리코) 위반 공모 혐의'다.

미국 검찰은 화웨이 내부 '경쟁관리그룹(competition management group)'이라는 조직이 경쟁사로부터 가치 있는 정보를 훔쳐온 직원에게 매달 보너스를 지급하고, 직원들은 암호화된 이메일을 통해 훔친 자료를 전용 메일함으로 제출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내 사업과 관련해 은행을 속인 행위부터 미국 통신업체 T모바일의 로봇 팔을 몰래 노트북 가방에 넣어 가져간 행위 등이 모두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미국 검찰의 주장이다.

RICO 혐의가 중요한 이유는 유죄가 인정될 경우 막대한 형사 제재가 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RICO법에 따라 범죄로 얻은 수익의 최대 두 배에 해당하는 벌금이 부과될 수 있어 미국 기업 형사사건 가운데 역대 최대 수준의 벌금이 나올 수도 있다.

또 다른 포인트는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서명한 진술서의 증거 채택이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주의 딸인 멍 부회장은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2018년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에 따라 캐나다에서 체포돼 2021년 석방됐다. 그가 당시 화웨이의 이란 사업과 관련해 금융기관을 오도한 사실을 인정한 내용이 담긴 진술서가 이번 재판에서 증거로 제시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반면 화웨이는 혐의를 부인하며 미국 검찰이 "범죄 유형이 다른 서로 다른 혐의를 하나로 묶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표적으로 삼아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협상력을 높이려 한다고 주장했다. 화웨이는 "지식재산권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장기적으로 혁신에 투자해온 것이 사업 성공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習 방미 앞두고 재판…미중 기술경쟁 촉각


사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화웨이 수사가 중국 첨단기술 기업을 억압하려 하는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실제로 미국은 10여 년 전부터 화웨이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2019년 화웨이를 상무부의 거래제한 명단에 올린 데 이어 첨단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등 미국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미국 시장에서 화웨이 통신장비의 퇴출을 추진하는 등 제재를 확대했다.

그럼에도 화웨이는 자체 연구개발을 강화하며 통신장비와 스마트폰을 넘어 전기차·인공지능(AI)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미국의 제재에도 실적을 회복하며 중국의 기술 자립을 상징하는 대표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화웨이 매출은 5년래 최대치를 기록하며 미국의 제재에도 빠르게 회복했다.

이번 재판은 이달 중순으로 예고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과 맞물려 미·중 기술패권 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에도 화웨이 사건을 중국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미·중 전문가 크레이그 싱글턴은 FT에 "화웨이는 기술 경쟁과 이란 제재, 미·중 외교가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며 "이례적으로 중대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싱글턴은 "트럼프가 개입할 것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되지만, 법정이 협상 테이블과 완전히 분리돼 있을 것이라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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