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성의 현실중국] '시베리아의 힘 2' 또 노딜...절박한 250달러 vs 만만디 50달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월 31일 키르기스스탄에서 만나 중러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사진AP연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월 31일 키르기스스탄에서 만나 중러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사진=AP·연합]
러시아가 또다시 중국에 천연가스 프로젝트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구체적인 합의는 나오지 않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월 31일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에서 중러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을 앞두고 러시아가 특별히 강조한 의제가 있었다. 바로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중국으로 수출하는 '시베리아의 힘 2' 프로젝트다. 

러시아 대통령실의 유리 우샤코프 외교정책 담당 보좌관은 8월 28일 기자들에게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시베리아의 힘 2 사업과 관련한 협정의 최종화 가능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회담을 사흘 앞두고 사업명을 직접 공개하자 '시베리아의 힘 2' 프로젝트가 최종적으로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중러 정상회담 종료 후 발표문에는 '시베리아의 힘 2' 프로젝트가 언급되지 않았다. 결국 지난 5월 푸틴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이어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노딜'에 가까운 결과가 나온 셈이다. 

시베리아의 힘 2는 길이 약 2600㎞의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 야말 지역의 가스를 몽골을 거쳐 중국으로 보내는 프로젝트다. 연간 최대 500억㎥의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기존 시베리아의 힘-1을 통해 러시아는 연간 380억㎥의 천연가스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2020년부터 시베리아의 힘 2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해 왔다. 지난해 9월 양국은 시베리아의 힘-2 건설 및 30년간 가스 공급과 관련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하지만 양국은 천연가스 공급가격을 타결짓지 못했고, 이로 인해 사업은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

양국이 제시하는 가격은 그 차이가 크다. 러시아 매체에 따르면 러시아가 제시한 가격은 1000㎥ 기준 250~300달러였으며, 중국이 제시한 가격은 50달러인 것으로 전해진다. 50달러는 러시아 국내 천연가스 유통가격이다. 현재 러시아가 중국에 공급하고 있는 천연가스의 가격은 258달러 수준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가격만 따지고 본다면, 러시아는 비교적 합리적인 조건을 제시했고, 중국은 무리하게 낮은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을 따지고 보면 셈법은 달라질 수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시장을 상실하며, 야말 가스전에서 뽑아내는 천연가스를 판매할 곳을 잃어버렸다. 야말 가스전의 천연가스를 판매하려면 중국과의 '시베리아의 힘 2' 프로젝트가 성사돼야 한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해 러시아 경제난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시베리아의 힘 2 프로젝트가 성사된다면 막대한 현금을 장기적으로, 그리고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중국은 서둘 이유가 상대적으로 적다. 중국은 러시아 이외에도 중앙아시아 가스관과 미얀마 가스관 등 여러 공급원을 확보한 상태다.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입국인 중국은 이미 공급처를 다변화했다. 따라서 중국 입장에서는 러시아가 원하는 가격을 받아들여 서둘러 계약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러시아가 가격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는지를 지켜보면서 협상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결국 절박한 러시아에 맞서 중국은 '만만디'로 대응하면서 국익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맞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전략적 동반자 관계와 경제적 이해관계는 별개의 문제다. 중국은 러시아를 필요로 하지만 러시아가 원하는 가격에 가스를 사줄 의무까지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해서 기분이 상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러시아는 국익 차원에서 중국과 척을 질 수 없다. 중국 역시 자국 이익을 위해 러시아가 필요하지만, 역시 자국 이익을 위해 천연가스 가격 협상에 서두를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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