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발전량과 전력 수요 등 지역별 전력 수급 여건을 반영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발전량이 많은 남부권의 요금 인하폭을 상대적으로 크게 하고 수도권은 혜택을 최소화하는 것이 골자다.
전력을 생산한 지역에서 소비를 확대하는 이른바 '지산지소(地産地消)' 체계를 구축해 수도권으로 전력을 보내기 위한 송전망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기업의 지방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제도 시행 시 남부지방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지금보다 최대 약 10%, 충청과 강원은 최대 약 8%, 서울 강북지역과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북부는 최대 약 5.5% 싸진다.
지역별 요금제가 신규 투자를 지방으로 유도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대규모 생산시설은 한번 들어서면 수십 년간 운영되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 전기료를 비롯한 유틸리티 비용은 투자 지역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전기료 인하가 장기간 유지될 경우 지방 산업단지의 투자 매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사업장 소재지에 따라 기업 간 희비가 갈릴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공장이 어느 지역에 위치했느냐에 따라 적용되는 전기료가 달라지면 제조원가에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특히 기존 생산시설은 전기료만을 이유로 다른 지역으로 옮기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대규모 장치산업은 공장 이전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데다 원료 조달망과 항만·물류 인프라, 협력업체 등 기존 산업 생태계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상대적으로 요금 인하 혜택이 적은 지역에 사업장을 둔 기업은 정책 변화에 대응할 선택지가 제한적인 셈이다.
철강업계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철강사들은 전기로를 비롯한 생산공정에서 상당한 전력을 사용하는 만큼 요금 인하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 다만 공장 소재지별 인하폭이 달라질 경우 같은 철강업종 안에서도 생산원가 경쟁력이 달라질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지역별 이해관계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주요 석유화학 생산시설은 울산·여수·대산 등 대규모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분포해 있다. 지역별 요금 차등 폭에 따라 각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이 체감하는 비용 절감 효과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향후 신규·증설 투자가 상대적으로 전기료가 저렴한 지역에 집중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기료가 기업의 입지 선정 과정에서 지금보다 중요한 변수로 자리 잡으면 발전량이 많은 지역은 기업 유치에 유리해지는 반면 그렇지 않은 지역은 투자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력 사용량이 많은 제조업 입장에서 전기료 인하는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기업이 기존 공장의 위치를 쉽게 바꿀 수 없는 만큼 지역별 요금 차이가 지나치게 커지면 사업장 위치에 따라 원가 경쟁력이 달라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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