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주가 재직 중인 병역 기피자를 해고하도록 한 병역법 조항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7일 병역법 76조 1항 부분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5명(헌법불합치)·2명(단순위헌) 대 2명(기각)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헌법불합치는 법률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즉각 무효로 하면 발생할 혼란을 막기 위해 개정 시한을 두고 효력을 잠시 유지하는 결정이다. 이에 따라 헌재는 2028년 2월 29일을 시한으로 국회가 법률을 개정할 때까지 해당 조항을 계속 적용하도록 했다.
앞서 A씨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종교적 양심을 근거로 현역 입영을 거부하는 것은 병역법 88조 1항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받았고, 이 판결은 2020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후 인천병무지청은 A씨에게 현역병 추가 입영통지를 하면서 대체역법에 따라 대체역 편입 신청 절차를 안내했다. 하지만 A씨는 대체역 편입 신청 의사가 없다는 것을 전달하고, 현역병으로도 입대하지 않았다.
A씨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다시 재판에 넘겨져 2021년 10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2023년 11월 17일 항소심에서도 형이 유지됐다. A씨는 현재 상고심 진행 중이다.
인천병무지청장은 2심 재판 중이던 2023년 8월 8일 A씨가 파견직으로 근무하던 업체에 "병역을 기피하고 있는 사람은 임직원으로 채용될 수 없고, 이를 위반해 채용할 때는 관련 법령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 A씨가 재직하고 있으면 알려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해당 업체는 같은 달 11일 공문 내용의 사유로 A씨를 해고했다.
이에 A씨는 병역법 76조가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그해 10월 11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병역법 76조 1항 2호는 "국가 기관,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고용주는 징집·소집을 기피하고 있는 사람을 공무원이나 임직원으로 임용하거나 채용할 수 없으며, 재직 중인 경우에는 해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심판 대상 조항에 대해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하면서도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은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병역 기피자에 대한 해직이 병역 의무 이행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병역상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심판 대상 조항은 병역 의무자에게 소명할 기회를 전혀 부여하지 않는 등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병역 의무자의 권익 보호에 필요한 절차적 보장을 하지 않은 채 병역 자원의 확보와 병역 부담의 형평성이라는 공익만을 일방적인 우위에 놓은 것으로 공익과 사익 간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불합치 결정에 대해 "단순위헌결정을 하면 병역 기피자에 대한 해직 제도의 근거 규정이 사라져 법적 공백 상태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 이는 해직 제도에 있어서 절차적 측면에서의 위헌성을 지적한 이 결정의 취지와는 달리 정당한 사유 없이 병역을 기피하고 있는 모든 병역 기피자에 대해 해직할 수 없게 되는 부당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정미·조한창 재판관은 A씨의 청구에 대해 기각 의견을 냈다. 이들 재판관은 "심판 대상 조항은 병역 자원 확보와 병역 부담의 형평성을 기하고, 궁극적으로는 '국가의 안전 보장'을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입법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아울러 "병역 기피자가 병역 의무를 불이행한 사유나 경위, 병역 기피자가 처한 구체적인 상황 등을 소명하거나 이의할 수 있도록 하고, 그에 기해 병무청이 해직 대상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재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한다면 해직이나 취업 제한 제도 자체의 형평성에도 큰 의문을 초래할 수 있다"며 "그렇다면 심판 대상 조항이 징집·소집을 기피하고 있는 자에 대해 일률적으로 해직하도록 규정한 것은 공정하고, 효율적인 병역 의무 이행 확보와 병역 의무 부담의 형평성 제고를 위해 부득이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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