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빨간 문 강릉에 띄운다…K드라마 관광도 '사전 설계'

  • 유상원 스튜디오드래곤 부사장 "흥행 뒤 촬영지 찾는 방식 한계"

  • 기획 단계부터 공간·관광객 행동 설계하는 'IP 코딩' 제안

유상원 스튜디오 드래곤 부사장 사진기수정 기자
유상원 스튜디오 드래곤 부사장이 2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2회 요즘, 한국관광 데이터 세미나' 특별세션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드라마가 흥행한 뒤 촬영지에 안내판을 세우고 관광객을 기다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콘텐츠 기획 단계부터 관광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K드라마 속 공간을 실제 여행지와 연결하고, 팬들이 현장에서 무엇을 보고 경험할지까지 미리 짜는 방식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첫 실험 대상으로 드라마 '도깨비'의 주요 촬영지인 강릉을 택했다. 극 중 한국과 캐나다 퀘벡을 오가는 상징적 장치였던 '빨간 문'을 활용해 팬들이 다시 강릉을 찾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유상원 스튜디오드래곤 부사장은 2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2회 요즘, 한국관광 데이터 세미나' 특별세션에 참석해 이같이 강조했다. 

유 부사장은 "여행자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며 "드라마를 보고 한국에 오고 싶어 하지만, 막상 도착한 뒤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2024년 외래관광객조사에서 외국인이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중 '한류 콘텐츠'가 38.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처럼 K콘텐츠가 한국에 대한 관심을 실제 여행 수요로 끌어오는 단계에 이르렀지만, 이를 지역 체류와 관광 소비로 이어갈 장치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유 부사장은 지금까지 국내 콘텐츠 관광이 작품의 흥행에 기대는 '사후 추적형'에 머물렀다고 봤다. 드라마가 성공하면 팬들이 촬영지를 찾아오고, 뒤늦게 안내판이나 포토존을 만드는 방식이다.

그는 "겨울연가 이후 20년 동안 드라마가 뜨면 관광객이 오고, 드라마가 끝나면 사라지는 사이클이 반복됐다"며 "잘된 콘텐츠와 드라마에 너무 운을 맡겨온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 콘텐츠 제작과 관광을 일찌감치 결합한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유 부사장이 대표 사례로 꼽은 곳은 일본 하코다테다.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극장판의 배경이 된 하코다테시는 작품 개봉 전부터 제작사와 협의해 관광 명소를 작품에 연결하고, 전철·버스 래핑과 지도, 전시회, 카페 등을 준비했다. 팬들이 도시에 도착하는 순간 어디로 가고 무엇을 할지 알 수 있도록 동선을 짰다는 설명이다.

뉴질랜드 '반지의 제왕' 촬영지 호비튼도 비슷하다. 촬영 세트를 관광자원으로 남기는 데 그치지 않고 방문객이 영화 속 동선을 걷고 호빗의 집에 들어가거나 작품 속 공간에서 음료를 마시는 경험까지 만들었다.

유 부사장은 이처럼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 실제 공간과 팬들의 행동을 함께 설계하는 방식을 'IP 코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드라마가 성공하면 표지판을 설치하고 사람들이 가서 사진을 찍는 구조였다"며 "대본을 쓰는 순간부터 팬들이 현장에서 어떤 행동을 할지 설계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시도할 첫 사례로는 '도깨비'를 꼽았다. 드라마가 종영한 지도 10년이 지났지만, 강릉 주문진 방파제에는 극 중 김신과 지은탁의 장면을 재현하기 위해 찾는 팬들의 발길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유 부사장은 여기에 드라마 속 상징물인 '빨간 문'을 결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빨간 문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팬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며 "강릉 바닷가에 빨간 문 하나가 생기면 팬들에게 새롭게 찾아올 이유가 생긴다"고 말했다.

스튜디오드래곤과 한국관광공사는 이미 K드라마 IP를 지역관광으로 연결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양사는 지난 6월 업무협약을 맺고 K드라마 촬영지를 활용한 관광 콘텐츠 개발과 체험형 프로그램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유 부사장은 강릉에 '도깨비'의 빨간 문을 실제 관광 콘텐츠로 구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9월 스튜디오드래곤 창립 10주년을 맞아 K드라마 IP 전시도 열어 드라마의 이야기가 담긴 지역을 다시 찾을 계기를 만들 계획이다.

콘텐츠만으로 관광이 완성될 수는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촬영지를 찾아갈 이유뿐 아니라 이동수단과 숙박, 예약, 현지 체험 등 관광 인프라가 함께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유 부사장은 "이야기가 있다고 여행이 되는 것은 아니다. 숙박도 있어야 하고 이동도 가능해야 하며 지역에서 경험할 것도 있어야 한다"며 "콘텐츠 회사는 찾아갈 이유를 만들고, 지자체는 머물 이유를 만들고, 여행업계는 갈 수 있게 만들고, 관광공사는 그 틀을 연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강릉 사례를 시작으로 향후 제작하는 일부 드라마에도 'IP 코딩'을 적용할 계획이다. 작품이 완성된 뒤 촬영지를 관광상품으로 만드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대본 단계부터 지역의 공간과 팬들의 여행 경험을 함께 설계한다는 구상이다.

유 부사장은 "콘텐츠가 여행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행할 이유를 만든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사랑했던 이야기와 현실을 연결해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따라 대한민국을 여행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