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中의 전방위적 시장 지배력 확대 …경계 낮추면 치명적 위기가 온다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전후 80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는 여전히 미국이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한때 언제 중국이 미국이 앞지를 수 있을 것인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좀 주춤한다. 물론 대조적으로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부정적인 견해는 늘 있었다. 실제로 2021년 중국의 명목 GDP가 미국의 78% 수준으로 가장 가깝게 근접하였으나 이후부터는 더 벌어져 작년에는 63% 정도에 그쳤다. 중국의 실질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인해 구조적인 하향 압박 경제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반면 구매력 기준 GDP는 10여 년 전에 중국이 이미 추월하였고, 미국보다 20% 이상이나 크다. 제조업 생산 능력이나 에너지 소비량 등이 중국이 미국을 앞서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세계 경제에서 실질적 경제력을 비교할 때는 구매력 평가 GDP보다 명목 GDP가 절대적 기준이 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경제력이 건재한데도 최근 들어 미국의 힘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단순 착각이라고 간주하기에는 지구촌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중국 경제의 위력이 부쩍 커지는 현상을 실감한다. 중국의 세계 시장 지배력이나 중국 중심의 공급망이 훨씬 더 견고해져 마치 철옹성처럼 보이기도 한다. 2차에 걸친 트럼프 집권으로 더 강력해진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전통적 동맹국과의 갈등을 부추기면서 미국에 대한 신뢰도와 호감도가 급격히 하락, 중국보다 월등히 앞섰던 미국의 소프트파워가 현저하게 약화하고 있다.

중국보다 미국을 싫어하는 나라가 더 많다. 이웃인 캐나다와 멕시코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미국에 등을 돌리고 있다. 미국이 더 좋다는 나라는 한국·일본·필리핀·인도 등 중국과 지리적으로 근접해 분쟁이 잦거나 미국과 강력한 군사 동맹을 맺고 있는 고작 6개 나라에 그친다. 중국이 좋아서라기보다 미국에 대한 실망감이 이러한 형태의 글로벌 민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중국에 유리하고, 미국에 불리하게 작용하면서 미국 편에 서는 국가는 줄고 중국 편에 서는 국가는 더 늘어나게 할 것이다. 커지는 중국의 지배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공동으로 무역장벽을 세워야 하나 트럼프와 같은 돈키호테식 일방적 독주로는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자유 진영 국가들의 공멸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중국 상품 혹은 기술의 세계 시장 지배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레드 테크(Red Tech)’의 공습이 선진국에 이어 신흥국·후진국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침투력이 실로 가공할 정도다. 브라질이나 태국 등의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의 점유율이 90%에 달하고, 세계 선박 수주량의 70% 이상을 쓸어 담고 있다. 현지 공장 건설에 더해 브랜드나 유통망까지 빌려 시장을 초토화한다. 한편으론 중국에 이어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려고 하는 동남아 국가들의 꿈을 산산이 무너뜨린다.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무장한 중국의 신형 ‘세계의 공장’이 산업화를 통해 중진국으로 도약하려는 이들을 주저앉히고 있다. 태국에서만 매달 100여 곳이 줄폐업하고 있고,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등도 고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중국이 지배하는 세계에 대한 경계를 낮추면 치명적 위기 닥친다
 
이에 더해 글로벌 광물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단순 우위를 넘어 사실상 '독점 및 절대적 지배' 상태에 가깝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전기차·태양광), 반도체, 방위산업 등 미래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 생태계 전체가 중국에 저당 잡혀 있는 구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채굴(Mining)’→ ‘정·제련(Refining)’ → ‘가공(Processing)’ 단계로 나뉘는 공급망 구조에서 중국은 정·제련 시장의 70%(희토류는 90%) 이상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다. 미국·일본이 호주 등을 끌어들여 ‘탈(脫) 중국’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지만 진도가 빠르지 않다. 최근 중국은 자체 광물 공급망을 무기화하며 보복 카드로 활용하고 있으며, 서방의 움직임을 비웃기라도 하듯 중국 공급망의 집중도는 더 강화되는 양상이다.
 
중국의 세계 시장 지배력 확대와 광물 공급망 통제는 한국 제조업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중국 기술 혹은 상품의 침투에 한국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상반기에 중국산 전기차의 국내 시장 점유 비중이 35%를 넘어섰다. 로봇청소기 시장에서는 이미 중국 브랜드가 뛰어난 가성비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전 시장도 꾸준히 점유율을 높이는 추세다. 중국 초저가 전자상거래업체까지 한국 시장에 상륙, 파격적인 가격 할인과 무료 배송으로 빠르게 시장을 잠식 중이다. 이처럼 중국 상품의 국내 시장 공세가 거세지만 한·중 FTA라는 족쇄에 묶여 다른 나라와 같이 중국산에 대해 아무런 수입 억제 정책도 못 내놓고 있는 형편이다.
 
또한 중국의 광물 통제는 단기적 가격 충격을 넘어 첨단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크게 뒤흔드는 구조적 위험이 되고 있다. 중국이 원자재 문턱을 높이면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이 심하게 몸살을 앓는다. 중국과 사이가 나빠진 일본의 경우 핵심 광물 80%의 수입이 끊겨 고전한다. 수입선 다각화가 말은 쉽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고, 당장 중국이 태클을 걸면 그대로 당해야 한다. 이런 판세이다 보니 제조업 강국이라고 큰소리치던 독일의 자동차 산업이 휘청거리고, 일본은 광물 확보를 위해 국가가 사활을 걸고 나섰다. 상당수 국가가 미국이 지배하는 세계와 중국이 지배하는 세계에 대해 저울질한다. 국가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경험적으로 보면 우리에겐 중국이 더 가혹하다. 추격자에서 지배자로 바뀌고 있는 중국에 대한 대비에 철저하지 않으면 크게 후회할 수 있다는 항심(恒心)을 가져야 한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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