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잘 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의 기준은 여러 관점에서 비교된다. 인구 측면에서 보면 전자의 경우 출생률이 낮고 인구가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후자에 속한 나라들의 인구는 지속해서 증가한다. 그러나 경제개발로 인한 산업화 수준이 일정 규모에 도달하면 인구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일본은 2010년을 정점으로 매년 수십만 명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한국은 그보다 10년 뒤인 2020년부터 매년 수만 명씩, 인구 대국이라는 중국마저도 우리와 유사하게 2021년부터 4년 연속 수백만의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다. 이는 심각한 저출산과 고령화 구조적 위기에 따른 것이다. 급격한 인구 축소를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갖은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세를 막을 수는 없다.
우리보다 먼저 선진국에 진입한 서구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충분히 미루어 짐작이 가능한 것들이 있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전철을 밟으면서 현재의 인구에 이르렀고, 이에 걸맞은 국가 정책을 만들어 왔다. 개별 국가가 대외적 경쟁력을 유지하고 국가 경제가 활발하게 순환되려면 필요한 인구 규모가 있다. 반면에 역설적으로 산업화와 민주화가 성숙할수록 인간은 기본적으로 쾌적한 환경에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려는 욕구가 생겨나기 마련이다. 국가가 인위적으로 이를 통제하고 관리할 수 없다는 데에 딜레마가 있다. 이런 과정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국가마다 적정 인구(Optimal Population) 규모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면서 급격한 증가나 감소가 없는 안정적인 인구를 유지하고 있음을 목격하게 된다.
이웃 일본은 이에 관한 연구가 수십 년 전부터 활발하게 진행되어 오고 있다. 현실적으로 1.2억 인구 유지가 불가능하며, 최근의 추세라면 오는 2070년에는 30% 이상 감소한 8,700만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예측 시나리오가 이미 나와 있다. 국가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1억 명 내외의 인구 규모를 가져야지만 이를 포기할 수밖에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국가가 인구 감소를 방치하면 6~7,000만 명 수준으로도 줄어들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국토환경, 생활 수준 관점에서는 8,000만 명이 적정 인구라는 평가도 이미 존재한다. 결국 일본은 ‘중간 규모 선진국’모델을 지향하게 될 것이고, 이 시나리오로 일본이 더 부유하고 안정적인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예측을 가능케 한다. 다른 방도가 없는 현실과의 타협인 셈이다.
공공 주도 신도시 개발보다 민간 주도 재개발·재건축이 시대적 흐름
요즘 한국에서 부동산 정책을 놓고 연일 굉음이 들린다. 불협화음이 극치로 치달으면서 나라가 몇 동강이 날지도 모를 정도다. 주택 가격을 잡기 위한 대책을 놓고 마치 배가 산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주택 공급에 대해서는 확연히 다른 엇박자를 내고 있고, 정부는 특정 지역과 계층을 표적으로 세금 폭탄을 퍼붓고 있다. 마침내 똘똘한 한 채를 가지고 있는 집주인에게도 화살이 날아왔다. 집값 잡는 효율적 정책 수단이 아니라는 증명이 되었음에도 이를 막무가내로 고집한다. 이 정도의 경제 수준에 다다른 국민적 눈높이라면 좋은 집에 살려는 하는 것이 매우 기본적인 인간적 욕구다. 의식주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주(住)이며, 비바람을 피하고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지려는 꿈과 희망은 지극히 당연하다.
주택 공급 정책에 대한 정책 방향도 확연히 다르다. 중앙 정부는 공공 주도의 신도시를 만들어 서민형 임대 주택을 많이 공급하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 마지막 남은 녹지마저도 훼손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지난 여러 번의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의 부정과 비리가 국민적 기억에 생생하다. 신도시 개발에는 부수적으로 교통을 비롯한 정주 여건 정비가 필연적이다. 점진적 인구 감소에다 제한적 국토 개발 여건을 가진 나라에서 얼마 남지 않은 녹지 공간을 계속 없애는 것이 과연 현명한지 되돌아볼 일이다. 지방(서울) 정부는 민간 주도 재개발·재건축 공급 확대를 주장한다. 실수요자 관점의 원하는 주택 측면에서 보면 어느 편이 타당한지는 매우 자명하다. 단지 반대 진영 논리라고 거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일하는 사람의 처지에서 보면 일터와 가까운 곳에 주거 공간을 확보하고 편리하게 출퇴근하는 것이 로망이다. 주야로 이동하면서 엄청난 피로감으로 파김치가 되기에 십상이고, 이런 환경에서는 생산성도 잘 나지 않는다. 작금의 인구 감소가 계속된다면 먼 훗날에 상당수의 신도시가 유령 공간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다수 선진국은 개인의 소유는 최소화하고, 공공의 소유는 최대화하면서 충분한 녹색 공간을 확보하는 지혜를 발휘해 왔다. 그리고 도시 집적화를 통해 인구 감소에 대비하면서 인간의 본능적 주거 욕구를 충족시키는 지속 가능성을 높여 오고 있다. 이를 통해 비효율을 억제하고 국가의 경쟁력 유지에 심혈을 기울인다. 이제 진영 논리에 집착한 불필요한 소모전을 집어치우고 미래지향적 주택 정책에 모두가 힘을 모을 때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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