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디지털 화면 속에 머물던 AI가 센서와 로보틱스를 장착하고 현실 세계로 걸어 나오는 피지컬 AI의 시대가 되고 있다. 피지컬 AI는 제조와 물류를 넘어 에너지, 모빌리티, 인프라 등 전 세계 50조 달러 규모로 산업을 재편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딜로이트). 향후 10년 후 휴머노이드, 자율이동로봇, 자율주행차, 드론 등이 도시와 산업 현장에 보편화되면서 안전성과 생산성과 안전성을 담당할 것이다. 지금부터 이를 수용할 ‘공간적 인프라’는 준비해야 나가야 한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밀도와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피지컬 AI의 고도화가 공장 내부의 담장을 넘어 도시 전체의 물류, 교통, 공간 구조 등과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할 때다. 도시계획은 단순히 주거와 이동 편의를 조율하는 구태에서 벗어나 로봇과 AI 에이전트가 원활하게 인지하고 행동할 수 있는 ‘지능형 공간 생태계’로 진화해야 한다.
한국의 피지컬 AI 산업이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속도를 내기 위해 향후 도시계획에 반영할 대응 전략을 제언해본다.
첫째, 로봇 친화적 공간 인프라 및 '도시형 디지털 트윈' 구축이다.
현재의 도로나 건축물은 인간 중심이어서 로봇과 드론의 이동에 제약이 크다. 지하 물류 네트워크, 로봇 전용 이동 통로, 드론스테이션을 도시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아울러 개별 공장을 넘어 도시 단위의 '디지털 트윈'을 구축해 실시간 공간 정보로 로봇 주행 경로와 전력 소모를 검증해야 한다. 미국 휴스턴시는 자율주행 모빌리티와 로봇의 도심 이동을 위해 전용 주행 데이터와 3D 매핑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도시 전체를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해 물류와 로봇 시뮬레이션을 공공 인프라로 활용하고 있다.
둘째, 피지컬 AI 클러스터 중심의 규제 프리존 및 테스트베드 지정이다.
피지컬 AI의 성장은 방대한 '실환경 데이터' 학습에 달려 있다. 주요 첨단 거점을 피지컬 AI 전용 테스트베드로 지정하고 규제 샌드박스를 확대해야 한다. 보행자 안전을 담보하면서 휴머노이드와 배송 로봇이 도심 속 인도와 상업 시설을 자유롭게 오가며 데이터를 수집하는 생태계가 필수적이다. 일본 쓰쿠바와 후쿠오카는 로봇 특구 및 실증 실험 도시로 지정해 도로에서 배송 로봇과 자율주행 서비스가 규제 없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상용화 테스트를 수행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셋째, 데이터센터 및 엣지 컴퓨팅 인프라의 공간적 분산 배치다.
피지컬 AI는 초저지연으로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므로 중앙 클라우드 의존을 낮추고 현장에서 연산하는 '엣지 컴퓨팅'과 전력망이 필수적이다. 도심 내 대규모 전력 소비와 발열을 동반하는 AI 데이터센터 및 엣지 서버 허브를 도시계획에 안정적으로 반영하고, 신재생에너지와 연계된 지능형 전력망 부지를 확보해야 한다. 미국 노던 버지니아(데이터센터 앨리)와 아일랜드 더블린 등은 급증하는 AI 연산 수요와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심 인근 및 광역 거점에 대규모 데이터센터 클러스터와 신재생에너지 연계 전력 인프라를 도시계획에 반영하고 있다.
넷째, 전통적 용도지역제의 탈피와 '융복합 스마트 공간' 마련이다.
과거의 엄격한 주거·상업·공업용도 구분은 제조·물류·서비스가 융합되는 피지컬 AI 시대의 큰 걸림돌이다. 도심 내에 물류 피킹, 소규모 친환경 제조, 로봇 서비스가 결합된 복합 용도 구역을 도입해야 한다. 상업용 빌딩 저층부나 지하를 로봇 스테이션 등으로 활용하도록 용도 변경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등은 도심 내 유휴 상업 공간과 주차장을 소규모 물류 및 도심형 물류·로봇 거점으로 유연하게 전환하는 복합 용도 개발을 허용하고 있다.
이제 도시계획은 물리적 건물을 세우는 토목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AI와 로봇이 원활하게 소통하고 협업하는 '지능형 유기체'로서의 도시를 설계해야 한다. 시뮬레이션으로 검증하고, 공간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정비하며, 데이터 기반으로 도시를 운영하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한국을 글로벌 피지컬 AI 강국으로 도약시키는 든든한 발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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