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AI와 부동산의 융합, 크로스에셋 시대가 온다

최민성
최민성 델코리얼티 그룹 회장.
크로스에셋이란 부동산과 인프라, 기술 자산 간 경계가 허물어지며 새로운 가치 사슬이 만들어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부동산은 더 이상 단순한 '땅과 건물'이 아니다. 인공지능(AI)의 물결 속에서 부동산은 데이터와 인프라, 기술 자산과 얽히며 전혀 새로운 자산 클래스로 진화하고 있다. 이른바 크로스에셋 시대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크로스에셋의 대표적인 사례가 데이터센터다. 과거에는 단순한 '창고형 건물'로 여겨지던 시설이 이제는 AI 학습과 추론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탈바꿈했다. 전력 공급 능력, 냉각 시스템, 규제 승인 여부가 부동산 입지보다 더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된 것이다.

AI는 이미 부동산의 운영과 투자 의사 결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미국 질로우(Zillow)의 제스티메이트처럼 수억 건의 거래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주택 가치를 90% 이상 정확도로 예측하는 사례는 이제 보편적이다. 투자자들은 시장 변동성을 줄이고 매매 타이밍을 최적화할 수 있게 됐다. NFT 기반 가상부동산이나 호텔·리조트 타임셰어 토큰화도 확대되고 있다. 호텔·빌라·요트 등의 호스피탈리티 자산을 NFT로 토큰화해 분산 소유·타임셰어·투자 상품화하는 플랫폼도 있다. 부동산을 토큰화한 RWA(실물자산 토큰화)나 DABS(부동산 디지털 수익증권)도 활발하다.

한국에서도 카사(Kasa) 플랫폼의 '서초 지웰타워'나 '역삼 런던빌'처럼 소액 투자자들이 건물 지분을 주식처럼 거래하고 임대수익을 배당받는 구조가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호텔 체크인 시 NFT를 지급하거나, 디지털 아트와 결합한 패키지가 늘고 있어 부동산·금융·문화·관광 섹터가 융합되는 모습이 늘고 있다. 힐튼은 AI 챗봇을 통해 고객 선호를 학습·개인화하면서 객실 추천 정확도를 높였고, 이는 객실료 상승과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진다. KT 에스테이트가 개발한 안다즈 서울 강남 호텔에서 NFT 디지털 아트 전시를 진행하고, 투숙객이 작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사례도 있다. 호텔(숙박 자산)이 단순 숙박을 넘어 디지털 아트·커뮤니티 공간으로 확장되는 전형적인 크로스에셋이다.

PwC와 JLL 등 전문기관은 2030년까지 AI 부동산 시장 규모가 현재의 10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특히 AI 에이전트(자율적 의사결정 에이전트)가 본격화되면 건물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실시간 적응 시스템'으로 진화한다. 기후 리스크를 예측해 보험 비용을 25% 이상 줄이고, 에너지 소비를 40% 가까이 절감하는 스마트 빌딩이 표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35년쯤이면 파리나 서울 같은 대도시 중심부에서 AI 기반 임대 자동화가 일반화될 전망이다. 테넌트의 행동 패턴과 실시간 에너지 사용 데이터를 분석해 임대료를 동적으로 조정하고, 헬스케어 혁신과 연계된 시니어 주거 수요도 급증할 것이다.

각국 정부의 AI 법제화가 본격화되면서, 크로스에셋이라는 변화의 흐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적응하는 쪽이 장기적으로 유리할 것이다. 결국 AI는 부동산을 더 이상 '위치' 중심의 자산이 아닌 '데이터와 에너지, 기술이 융합된 플랫폼'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크로스에셋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투자자와 개발자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이 흐름을 선점하는 이들에게는 전례 없는 기회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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