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ㅣ 기본·원칙·상식] 전북도 동학유족 수당 논란, 예우 원칙부터 세워야 한다

  • 예우에는 흔들림 없는 기준을…지자체 아닌 국가가 나서야

사진정읍시
[사진=정읍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의 명예를 되찾는 데 100년 넘는 세월이 걸렸다. 봉건 질서와 외세에 맞선 희생을 제대로 평가하고 기억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그런데 전북특별자치도가 올해부터 참여자 유족에게 연 12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면서 논쟁이 불붙었다. 동학농민혁명의 가치가 아니라 역사적 공헌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예우할지 따져볼 문제다.

전북도는 도내에 1년 이상 거주한 유족 723명에게 매달 10만원씩 지급한다. 올해 예산은 8억6800만원으로 도와 시군이 분담한다. 관련 특별법에 따라 정부 심의를 거쳐 등록된 유족이 대상이다.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의미는 분명하다. 정부도 2004년 특별법을 제정해 참여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에 나섰고, 2019년에는 황토현전승일인 5월 11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오랫동안 ‘동학란’으로 불리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였다.

나라와 공동체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기억하고 예우하는 것은 과거에 대한 보상에 그치지 않는다. 어떤 역사를 기억하고 가치를 이어갈 것인지의 문제다. 그런 만큼 예우에는 분명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이번 수당에서 가장 먼저 짚을 대목은 거주지다. 같은 참여자의 유족이라도 전북에 1년 이상 살면 수당을 받고 다른 지역에 살면 받지 못한다. 동학농민혁명이 전북에서 시작돼 지역 정체성과 밀접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역사적 공헌에 대한 예우가 주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역의 역사적 인물을 발굴하고 기리는 일과 정기적인 현금 지급은 다르다. 어떤 공헌을 대상으로 삼을지, 유족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 얼마를 언제까지 지급할지 기준이 필요하다. 온라인에서 “임진왜란 의병 후손에게도 수당을 줄 것이냐”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두 사건을 같게 보기 때문만은 아니다. 역사적 공헌을 현금 지원으로 연결할 일관된 기준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예우의 방법이 수당뿐인 것도 아니다. 참여자의 기록과 사료를 발굴하고 유적을 보존하며 연구와 교육을 통해 의미를 전하는 일도 중요하다. 명예회복과 역사적 평가에는 오히려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문제는 국가가 기억하고 기려야 할 역사를 개별 지자체의 현금 지원에 맡겨도 되느냐다. 정부는 역사적 공헌자와 유족에 대한 예우 제도를 살펴 대상과 지원 방식, 재원 부담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역사를 기억하는 데 인색해서는 안 되지만 역사적 의미가 모든 지원 방식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같은 공헌에 대한 예우라면 사는 곳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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