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사법제도의 변화 속에서 ‘법의 지배’ 가치를 강조한 가운데,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을 직접 겨냥해 “판사는 확실하게 진실을 좇아야 한다”며 사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대법관 제청 논란으로 정부·여당과 대법원 사이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두 사람이 한자리에서 상반된 메시지를 내놓았다.
대한변호사협회가 24일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개최한 ‘제34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에서는 조 대법원장과 서 위원장이 각각 축사를 통해 사법부의 역할과 법치주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먼저 조 대법원장은 사법제도가 큰 변화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법의 지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제도가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지금, 국가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통제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법의 지배’라는 가치는 더욱 소중하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사법권을 헌법과 법률, 그리고 양심에 따라 엄정하게 행사해 법치주의를 실질적으로 구현할 책무가 있다”며 “사법부는 본연의 임무인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국민의 방어권 보호를 위한 사법부의 노력도 강조했다. 그는 대법원이 지난 2월 변호인과 의뢰인 사이의 비밀유지권이 헌법상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핵심 내용임을 확인하고, 이를 침해해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여 국민 방어권 보호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조 대법원장은 최근 사법제도 변화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우려도 언급했다. 그는 “사법부는 최근 사법제도의 변화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다양한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법조계와 소통해 사법제도가 국민을 위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을 직접 거론하며 사법부가 진실과 공정성을 더욱 엄격하게 좇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위원장은 “대법원장님 와 계시지만 판사는 확실하게 진실을 좇아야 하고 치우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조 대법원장을 향해 “저하고 요즘 껄끄러운 상황이지 않으냐”며 “더 진실하게 그 자리의 무게를 가져달라”고 말했다. 대법관 제청을 둘러싼 논란으로 사법부와 정치권의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서 위원장은 현 정부의 사법개혁 방향에 대한 설명도 내놨다. 개정 형사소송법과 관련해 “검사가 수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검사가 하던 수사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옮긴 것”이라며 “보완 수사는 사라진 게 아니라 경찰에게 보완 수사를 요구해서 할 수 있게 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김상환 헌법재판소장도 참석해 사법제도 변화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 소장은 지난 3월 시행된 재판소원 제도를 언급하며 “법을 해석하고 실현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모든 법조인에게 헌법의 최고 규범성을 보다 분명하게 인식하고 ‘헌법의 시선’으로 자신의 판단을 더욱 겸허하게 성찰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제도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끊임없이 발전해야 하지만, 어떤 변화도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며 제도의 효율성과 신속성 못지않게 공정한 절차와 국민의 실질적인 권리 보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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