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전례 없는 규모의 경제·금융 공세를 예고하고 나섰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란 경제를 전면적으로 고립시키는 '경제적 D-데이'를 예고하며 이란에 자금·석유·운송 등 경제적 생명선을 제공하는 국가 역시 막대한 경제적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이란은 미국의 경제전쟁에 동참하거나 지원하는 국가를 적대 행위로 간주하겠다며 걸프 지역의 원유 수출 자체를 차단할 수 있다고 맞섰다.
베선트 장관은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동이 틀 때 경제적 D-데이가 시작될 것"이라며 "적국을 상대로 지금까지 동원된 것 가운데 가장 강력한 금융 공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CNBC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미국 동부시간 24일 오후 2시(한국시간 25일 오전 3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에 대해 "역사상 가장 가혹한 제재"를 발표할 예정이다.
베선트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군의 군사적 압박으로 이란의 군사 역량과 핵 프로그램이 크게 약화됐다며 이제 이란을 상대로 경제·금융 압박을 극대화할 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전략의 핵심은 이란의 금융·경제적 고립으로, 전면적인 금융 고립을 통해 미국의 군사력 사용 필요성을 줄이는 동시에 동맹국들의 자유를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에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국가를 향해서도 사실상 2차 제재를 예고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 역시 금융기관과 기업, 공항, 정부 기관 등이 이란에 어떤 형태로든 '생명선'을 제공할 경우 막대한 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란의 맞대응 위협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부담이다. 미국이 이란의 원유 수출을 겨냥한 경제전쟁에 들어갈 경우 이란이 실제로 걸프 지역의 원유 공급을 위협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캐나다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유가 상승까지 겹칠 경우, 인플레이션이 급등하면서 중간선거가 3달도 채 남지 않은 트럼프 행정부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또한 제재 성공을 위해서는 주변국들의 참여가 중요한 가운데 중국, 러시아 등 주요 친이란 국가들이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도 미국에게는 부담 요인이다.
다만 이란 역시 상황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이란은 지금까지 해상 봉쇄 등 미국 주도 하의 경제 제재 속에 원유 수출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전년 대비 배 가까이 오른 물가 및 생필품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면서 경제가 만신창이가 된 상태이다. 유럽 싱크탱크 비엔나국제경제연구소의 마흐디 고드시 연구원은 "이란이 미국과 합의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전쟁이 연장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는 지역 혹은 글로벌 경제보다도 이란에 대한 타격이 더욱 클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과정에서 핵심적인 중재자 역할을 해온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군 총사령관은 24일 테헤란을 방문한다. 무니르 총장은 지난 6월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도 직접 소통해온 인물이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역시 협상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고 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전날 미국과 체결한 6월 MOU가 전쟁을 끝내기 위한 최선의 합의라고 강조하면서, 현재와 같은 '전쟁도 평화도 아닌' 상황에서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서 "우리가 힘과 존엄을 갖추고 있는 지금 전쟁을 끝내는 것이 낫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미국과 이란이 무력 충돌 대신 경제 전쟁을 향해 치닫고 있는 가운데 24일이 향후 양국 및 중동 정세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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