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사진최인혁 기자
[사진=최인혁 기자]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탐사보도를 하며 이 속담을 자주 떠올린다. 취재 현장에서는 눈앞의 돌다리가 단단해 보일수록 오히려 더 세게 두드려야 할 때가 많다. 제보가 구체적이고, 자료가 그럴듯하며, 제보자 말에 확신이 넘친다고 해서 그것이 곧 사실이라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기자에게 제보는 무엇보다 소중하다.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부조리와 권력형 비리의 상당수는 내부자의 용기 있는 증언에서 시작된다. 직접 접근하기 어려운 사안을 취재할 수 있는 것도 제보자가 건넨 작은 단서 덕분이다. 제보자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 일이 탐사보도의 출발점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출발점이 곧 결승점은 아니다. 제보자의 설명은 취재를 시작할 이유가 될 수는 있어도 기사를 확정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사정과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고, 오랜 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사람도 있다. 해결하기 어려운 민사상 다툼이나 금전 문제를 언론을 통해 풀어보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이 건네는 말이 모두 거짓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사람은 같은 사건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기억하고 설명한다. 불리한 사실은 줄이고 유리한 정황은 강조한다. 때로는 자신도 사실이라고 믿는 이야기를 전달한다. 고의적인 거짓말보다 더 가려내기 어려운 것이 확신에 찬 착각과 선택적인 진술이다.
 
자료가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도 없다. 녹취파일은 누군가 특정한 말을 했다는 증거일 수 있지만 그 말 자체가 진실이라는 증거는 아니다. 사진 한 장도 촬영 전후 맥락을 떼어내면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공적 문서조차 문서가 증명하는 범위와 제보자가 주장하는 내용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할 수 있다.
 
문제는 기자 역시 욕망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데 있다. 특히 '단독'과 '특종'이라는 두 단어 앞에 판단이 흔들리기 쉽다. 단독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 어렵게 확보한 제보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긴 취재를 반드시 기사로 완성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검증의 문턱을 낮춘다. 제보자의 설명과 자료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면 남은 빈칸을 사실이 아니라 기대감으로 채우려는 유혹도 생긴다.
 
이때 가장 위험한 생각은 '대체로 맞을 것'이라는 확신이다. 특종에 대한 욕심이 강할수록 자신이 세운 가설에 맞는 증거만 찾게 되고, 가설과 어긋나는 사실은 예외로 치부하기 쉽다.

그래서 탐사보도에서 검증은 제보자에게 같은 질문을 여러 번 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진술과 객관적 자료가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제보자와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의 설명도 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 주장이 사실임을 보여주는 자료가 무엇인가"뿐 아니라 "이 주장이 틀렸다면 어떤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하는가"도 함께 물어야 한다.
 
반론을 받는 과정 역시 요식행위가 돼서는 안 된다. 반론을 통해 처음 접한 사실이 기존 취재 내용과 충돌한다면 취재 방향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기사의 핵심 가설을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도 있어야 한다. 끝내 확인되지 않는다면 기사를 미루거나 쓰지 않는 결단도 필요하다. 취재에 들인 시간과 비용이 아깝더라도 그것이 보도를 강행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기자는 가장 빨리 쓰는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탐사보도 기자가 먼저 배워야 할 것은 빠르게 쓰는 기술이 아니라 멈추는 법인지도 모른다. 확인되지 않은 문장 앞에서 멈추고, 매력적인 제보 앞에서 한 걸음 물러서며, 자신이 믿고 싶은 결론부터 의심하는 자세다.
 
돌다리를 두드리는 동안 다른 사람이 먼저 강을 건널 수도 있다. 그래도 건너지 않는 편이 나은 다리가 있다. 탐사보도의 가치는 최초라는 수식어보다 끝까지 무너지지 않는 사실에 있기 때문이다. 기자의 취재수첩에는 세상에 나온 기사뿐 아니라 검증을 통과하지 못해 쓰지 않은 기사도 남아 있어야 한다. 특종을 얻는 용기만큼 내려놓는 용기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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