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 생존의 조건⑨] '73조' 이지스, 건물 넘어 도시 개발… '초대형 PF' 시험대

  • 이오타·서리풀 등 초대형 복합개발

  • 2031년 데이터센터 520MW 목표

  • 이오타2 EOD 리파이낸싱으로 넘겨

  • 경영권 매각 무산 속 LP 신뢰 과제  

 
사진·자료이지스자산운용 표챗GPT
[사진·자료=이지스자산운용, 표=챗GPT]

이지스자산운용이 ‘건물을 운용하는 회사’에서 ‘도시를 개발하는 회사’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로 꼽히는 이지스자산운용은 서울역 일대를 재편하는 이오타 서울부터 강남 서리풀 복합개발, 데이터센터까지 사업 영역과 규모가 급격히 커지는 모습이다.
 
23일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운용자산(AUM)은 약 73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임직원 439명 가운데 운용·투자·개발 전문인력만 330여명에 달한다. 부동산펀드와 기관투자가(LP) 자금을 기반으로 개별 빌딩을 사고파는 것을 넘어 부지 확보와 개발, 운영, 매각까지 직접 수행하는 국내 최대 ‘운용사형 디벨로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사업 체급이 커진 만큼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 수조원대 복합개발에서는 업계 1위 운용사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벽을 피하지 못했다. 핵심 프로젝트인 이오타 서울2가 브릿지론 기한이익상실(EOD)과 공매 위기를 겪은 데 이어 경영권 매각도 지난달 무산됐다.
 
이지스가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와 지배구조 불확실성이라는 두 개의 난제를 동시에 넘어설 수 있느냐가 국내 운용사형 디벨로퍼 모델의 다음 시험대가 된 셈이다.
 
◆ 서울역·강남을 통째로 개발…73조 플랫폼의 ‘체급 확장’
 
우선 이지스 개발전략의 정점에는 서울역 일대 ‘이오타(IOTA) 서울’이 있다. 옛 밀레니엄힐튼 서울 부지와 메트로빌딩, 서울로타워를 연계해 오피스와 호텔, 리테일, 녹지를 하나의 복합공간으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AI 기반 초대형 오피스를 중심으로 최고급 호텔인 리츠칼튼과 상업시설을 결합하고 서울역에서 남산공원까지 보행축도 연결한다.
 
개별 건물을 새로 짓는 수준을 넘어 업무·상업·숙박·녹지를 묶어 서울역 일대의 공간 구조 자체를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회사는 일본 도쿄 아자부다이힐스와 미국 뉴욕 허드슨야드 같은 글로벌 복합개발을 지향하고 있다.
 
오피스 설계부터 기존 개발사업과 차별화를 시도한다. 이오타의 기준층 전용면적은 3798㎡로 한 층에서 350명 이상이 근무할 수 있다. 여러 층에 부서를 나눠 배치해야 하는 기존 도심 오피스의 한계를 ‘라지 플레이트’ 설계를 통해 보완해 글로벌 빅테크와 금융사 등 대형 임차인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강남에서도 개발 체급을 키우고 있다. 서초동 옛 국군정보사령부 부지에서 진행 중인 ‘서리풀 복합개발’이 대표적이다. 첨단 테크 오피스에 공연장과 전시장 등 문화·예술시설을 결합해 테헤란로 중심인 강남 업무지구의 축을 서초권까지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이지스가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배경에는 대규모 운용 플랫폼이 있다. 투자·펀딩, 사업·개발, 관리·운영 조직을 세분화해 부지 매입부터 금융구조 설계, 설계·시공 관리, 임차인 유치, 운영과 매각까지 프로젝트 전 주기를 직접 관리한다.
 
전통적인 시행사가 토지를 확보한 뒤 브릿지론과 본PF에 의존해 개발을 진행하는 것과 달리 기관 LP와 부동산펀드, 리츠 등을 개발 초기부터 금융구조에 결합할 수 있다는 점이 운용사형 디벨로퍼의 강점이다.
 
이지스 관계자는 “이지스는 역삼 센터필드, 마곡 원그로브 등 대규모 프로젝트와 하남 및 고양 데이터센터를 성공적으로 개발하며 쌓은 검증된 역량을 지니고 있다”며 “건물 하나가 아닌 도시 생태계를 바꾸고 미래 산업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안착시키는 책임 있는 개발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오피스 다음은 데이터센터…2031년 520MW 구축
 
개발 영역도 오피스에서 미래 산업 인프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지스는 2019년 경기 하남에서 40MW급 데이터센터를 개발하며 부지 매입부터 개발과 매각까지 전 과정을 수행했다. 최근에는 수도권 서북부 최대 규모인 80MW급 고양 삼송 데이터센터를 준공했다.
 
회사 측은 국내 자산운용사 가운데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두 곳 이상 준공한 곳은 이지스가 유일하다고 설명한다. 현재 수도권과 부산권에서도 신규 데이터센터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2031년까지 총 520MW 규모의 디지털 인프라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데이터센터는 장기 임대차를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지만 진입 장벽도 높다. 전력 확보와 인허가가 핵심이다. 회사가 인용한 CBRE 집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수도권 전력계통영향평가 신청 522건 가운데 최종 승인을 받은 사업은 10건으로 승인율이 1.9%에 그쳤다. 이미 준공 경험과 전력 확보 노하우를 가진 운용사의 개발 경쟁력이 커질 수 있는 배경이다.
 
다만 개발사업이 커질수록 73조원이라는 AUM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오타 서울2다. 메트로타워와 서울로타워 개발사업은 본PF 전환이 지연되면서 브릿지론 EOD가 발생했고 한때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공매 절차까지 진행됐다.
 
이지스는 메리츠금융과 NH투자증권 등을 새로운 대주로 확보하고 지난 4월 브릿지론 리파이낸싱을 완료하면서 급한 불을 껐다. 공매 위기도 일단 벗어났다. 그러나 이는 사업의 최종 금융구조가 아니라 다시 시간을 확보한 단계에 가깝다. 앞으로 본PF로 전환해 장기 사업비를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오타의 성패는 이지스가 가진 운용사형 개발모델의 장점이 수조원대 사업에서도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대규모 기관자금을 운용하는 회사도 개발 규모가 커질수록 공사비와 금리, 대주단 구성 등 전통적인 PF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도 동시에 드러났다.
 
여기에 지배구조 문제까지 겹쳤다. 이지스는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사모펀드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가격과 거래 조건 등을 둘러싼 이견이 이어졌고, 힐하우스는 지난 7월 인수 절차를 최종 중단했다. 경영권 매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다.
 
이에 앞서 지난 4월에는 조갑주 대표가 약 5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기관투자가와의 관계를 복원하고 경영권 매각 장기화로 흔들린 조직을 안정시키는 역할이 주요 과제로 거론됐다. 운용사는 기관 LP의 출자를 받아 펀드를 만들고, 이를 다시 부동산 투자와 개발사업에 투입하는 만큼 경영진과 대주주에 대한 신뢰도 자금조달 경쟁력의 일부다.
 
업계 관계자는 “이지스의 경우 운용사형 디벨로퍼가 커질수록 따져야 하는 조건이 복잡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과거에는 우량 자산 선점, 높은 수익률로 매각하는 것 뿐이었다면 이제는 수조원대 사업을 끌고 갈 PF 조달력과 기관 LP의 신뢰, 경영 안정성까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