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뷰티·패션 등 K-브랜드가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이를 노린 ‘짝퉁(가짜)’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과거에는 제품명이나 포장 디자인을 흉내 내는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브랜드 로고와 모델 이미지, 상품 상세페이지는 물론 매장 간판과 인테리어까지 통째로 베끼는 사례가 등장했다. 중국 브랜드가 ‘KOREA’나 ‘코리안 뷰티’를 내세우는 등 개별 제품을 넘어 한국 브랜드의 정체성 자체에 편승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24일 지식재산처와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올해 1~7월 기준 10개국에서 확인된 무단선점 의심 상표는 총 5038건에 달한다. 중국이 1964건으로 가장 많았고 인도네시아 955건, 베트남 642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태국 292건, 튀르키예 269건, 브라질 264건, 말레이시아 197건, 싱가포르 173건, 인도 172건, 필리핀 110건 순이었다. 중국 한 국가에서만 전체 중 약 39%가 확인됐고, 인도네시아와 베트남까지 합하면 세 국가가 70% 이상을 차지했다. K-브랜드 인기가 높은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상표 선점 위험이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 상표 무단선점 의심 2년 새 2.3배…작년 1만1485건
무단선점 의심 상표는 2023년 5015건에서 2024년 9520건으로 89.8% 급증한 데 이어 지난해 1만1485건까지 늘었다. 2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상표 무단선점은 국내 기업이 먼저 출원·등록했거나 사용해온 상표를 해외에서 정당한 권한이 없는 제3자가 먼저 출원·등록하는 행위를 말한다. 전문 상표브로커뿐 아니라 현지 유통업체나 에이전트, 협력사 등이 상표를 선점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무단선점 의심 상표는 프랜차이즈에서 1973건, 화장품에서 1708건이 확인됐고 의류도 1397건에 달했다.
모방 범위도 제품에서 매장 전체로 넓어지고 있다. 올해 베트남 냐짱에서는 패션 기업 무신사의 영문 상표 ‘MUSINSA’를 ‘MOOSINSA’로 바꾸고,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29CM’을 연상시키는 ‘29M’ 간판까지 함께 내건 매장이 등장했다. 무신사가 현지 대리인을 통해 지식재산권 침해 중단을 요구한 뒤 해당 업체는 지난 6월 간판을 철거했다. 하지만 새 간판 역시 한국을 연상시키는 ‘GAROSU street(가로수 스트리트)’로 변경했다.
K-푸드 대표 상품인 삼양식품 불닭볶음면도 해외에서 유사 상품이 잇따라 등장했다. 중국에서는 ‘불닭면’이라는 명칭과 불닭 캐릭터를 흉내 낸 제품이 유통됐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에서는 한글 ‘불닭볶음면’과 영문 ‘Buldak’을 제품에 크게 넣은 모방품이 판매됐다. 삼양식품은 올해 초 전 세계 88개국에 상표권을 등록했지만 27개국에서 관련 분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KOREA’까지 가져다 쓴다…정교해진 K뷰티 짝퉁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K-뷰티에서는 모방 수법이 한층 정교해지고 있다. 중국의 한 화장품 브랜드는 에이피알의 화장품 브랜드 메디큐브가 판매하는 ‘콜라겐 나이트 랩핑 마스크’ ‘노모어 포어 패드’ 등과 같거나 유사한 제품명을 사용해 아마존과 라자다 등에서 상품을 판매했다. 메디큐브가 사용하는 색상과 패키지를 따라 하는 것을 넘어 과거 모델 이미지와 상품 상세페이지까지 도용한 사례도 확인됐다. 특히 일부 중국 브랜드는 ‘코리안 뷰티’를 마케팅 문구로 사용하거나 검색 결과에 ‘KOREA’라는 표현이 노출되도록 했다. 특정 제품 인기에 편승하는 데서 나아가 K-뷰티가 쌓아온 ‘한국산’ 이미지와 브랜드 신뢰까지 판매에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모방품이 확인되는 지역도 넓어지고 있다. 지난달 루마니아 티미쇼아라 공항 세관에서는 메디큐브 ‘PDRN 핑크 콜라겐 캡슐크림’ 위조 의심 제품 100여 점이 압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중국 광저우 당국의 단속에서는 메디큐브 모방품 6000여 개가 압수됐으며 스킨1004와 아렌시아 등 다른 K-뷰티 브랜드 제품도 함께 적발됐다.
문제는 해외 소비자에게 모방 제품이 곧 한국 브랜드에 대한 첫 경험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박정은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짝퉁이 늘어나면서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이 K-브랜드에 대한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다”며 “K-브랜드는 고품질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해 차별화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해외에서 자체적으로 상표권을 확보하고 모방 상품을 찾아내 대응하기 어려운 중소·인디 브랜드의 부담은 더 크다. 박 교수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해외에서 자체적으로 브랜드를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상표 무단선점과 모방을 막기 위해 정부가 K-브랜드 보호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