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하기 어려운 시장이 되고 있다."
블룸버그가 지난 3일 한국 증시를 두고 경고한 말이다. 금융위원회는 하루 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견고하다며 "한국은 대체 불가능한 투자처"라고 반박에 나섰다.
우리 기업의 이익 전망과 성장성을 생각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개인이 궁금한 건 투자할 만한 기업이 있느냐가 아니다. 평범한 개인이 자신의 판단을 믿고 버틸 수 있는 '투자할 만한 시장'이냐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지난 두 달 한국 증시는 '안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롤러코스피'라는 말처럼 종잡을 수 없었다. 코스피는 지난 6월 22일 9114.5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불과 한 달여 만인 7월 28일 6023.66까지 밀렸다. 종가 기준 낙폭만 34%다. 사흘 뒤인 지난 7월 31일에는 하루 만에 1001.89포인트, 17.9% 폭등하며 46년 역사상 최대 상승 폭과 상승률을 동시에 갈아치웠다. 전쟁도 금융위기도 없었다. 그럼에도 수십 년에 한 번 나올 법한 급락과 급등이 며칠 간격으로 반복되며 변동성 안정장치가 매일 같이 쏟아졌다.
씁쓸한 건 급등락장의 원인이 정책 실패와 무관치 않다는 데 있다. 그리고 그 실패의 비용이 개인에게 집중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5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속전속결로 도입했다. 이후 극심한 변동성을 키웠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두 달여 만에 보완책을 내놨다. 기본예탁금을 3000만원으로 상향하고 대용증권도 인정하지 않는 방식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마저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다"고 할 만큼 제도 도입에 대한 뒤늦은 자성이 나왔지만 정책 판단에 대한 책임이나 사과보다 먼저 개인의 투자 문턱부터 높아진 것이다. 여기에 최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 논란도 개인에게는 또 다른 투자 위험으로 다가왔다.
투자 문턱은 높아지고 정책 불확실성까지 커지는 사이 정반대편에서는 역대급 실적이라는 말이 쏟아진다. 올해 거래가 크게 늘면서 주요 증권사들은 잇따라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투자은행(IB), 자산관리(WM), 해외 사업 등 여러 부문의 성장이 있었지만 국내외 주식 거래 증가에 따른 브로커리지 수익 확대도 실적 개선의 한 축이었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이 청산수수료, 거래수수료 등 증권사가 거둔 관련 수수료 수익만 하루에 10억원을 넘어선다. 개인 계좌는 폭락과 폭등을 오갔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한 거래는 고스란히 증권사의 수익으로 쌓였다.
결국 개인들은 행동으로 답하기 시작했다.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국내 주식형 ETF에서는 4100억원이 순유출됐다. 올해 들어 처음 나타난 자금 이탈이다. 코스피가 반등한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도 외국인이 6조5470억원을 순매수하는 동안 개인은 7조846억원을 팔아치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외국인의 순매수 1·2위인 동시에 개인의 순매도 1·2위였다. 급락장에서 버틴 개인이 반등장에서 주식을 던지고 외국인이 그 물량을 받아간 것이다. "국장은 역시 믿을 수 없다"며 미국 증시로 다시 눈을 돌리는 개인이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개인의 이탈을 단순한 투자 성향의 변화로 볼 일도 아니다. 국내 개인투자자는 약 1400만명, 국민 세 명 중 한 명꼴이다. 특히 20·30대에게 주식은 여윳돈으로 즐기는 재테크 수단을 넘어 자산 형성의 주요 수단이 됐다. 이들이 국내 시장을 믿지 못해 떠난다면 문제는 몇몇 '개미'의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1400만 투자자의 신뢰가 흔들리는 건 곧 자본시장 전체의 신뢰 문제로 이어진다.
금융당국의 말대로 한국은 충분히 '대체 불가능한 투자처'일 수 있다. 하지만 좋은 기업이 많은 시장과 투자하기 좋은 시장은 같은 말이 아니다. 투자 결과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투자자의 몫이다. 대신 예측 가능한 규칙과 공정한 투자 환경을 만드는 책임은 정부와 시장에 있다. 개미들에게 더 신중하라고 말하기 전에 먼저 고민해봐야 한다. 왜 지금의 한국 증시가 유독 개미들에게만 투자하기 어려운 시장이 됐을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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