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이른바 '유령주식 배당사고'로 손해를 입은 국민연금공단에 삼성증권이 18억6600만여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삼성증권이 배당 업무 담당 직원들의 과실에 대해서도 민법상 사용자 책임을 부담한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2일 국민연금이 삼성증권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국민연금과 삼성증권의 상고는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삼성증권이 기존에 인정된 손해배상 책임과 별도로 배당 업무 담당 직원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민법 756조에 따른 사용자 책임을 부담한다고 봤다.
앞서 2심은 일부 직원들이 잘못 입고된 주식을 대량 매도한 점을 들어 배당 담당 직원들의 업무상 과실과 국민연금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삼성증권 주식의 유통성과 환금성, 현행 주식 거래 시스템과 대량 매도 경위 등을 고려할 때 배당 담당 직원들이 잘못 입고된 주식에 대해 다른 직원들이 매도 주문을 내고 실제 거래가 체결될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배당 담당 직원들의 업무상 과실과 국민연금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여지가 크다고 봤다.
다만 사용자 책임이 추가로 인정되더라도 손해배상 범위나 책임 제한 비율을 달리할 정도는 아니라고 결론 냈다. 원심이 삼성증권의 책임을 전체 손해액의 50%로 제한한 결론을 그대로 유지한 이유다.
사건은 2018년 4월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배당 과정에서 발생했다. 삼성증권은 우리사주조합원인 직원들에게 주당 1000원의 현금을 배당할 예정이었지만, 담당 직원이 전산시스템에 1000원을 '1000주'로 잘못 입력했다. 담당 팀장도 오류를 발견하지 못하고 이를 승인했다.
이에 같은 해 4월 6일 삼성증권 직원 2018명의 계좌에 발행주식 약 8930만주의 30배가 넘는 약 28억1295만6000주가 잘못 입고됐다. 이후 직원 22명이 약 1208만주에 대한 매도주문을 냈고, 이 가운데 16명이 주문한 약 501만주의 매매가 실제 체결됐다.
사고 당일 삼성증권 주식 거래량은 약 2080만주로 전날의 40배 이상으로 치솟았고, 주가도 급격히 하락했다.
당시 삼성증권 주식 1123만여 주를 보유하고 있던 국민연금은 사고 이후로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2019년 삼성증권을 상대로 299억여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삼성증권이 배당 업무 과정에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내부 처리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책임 등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고 경위와 국민연금의 손해 정도, 사고 이후 상황 등을 고려해 삼성증권의 책임은 전체 손해액의 50%로 제한했다.
배상 대상도 사고의 충격이 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친 2018년 4월 6일부터 10일까지 국민연금이 실제 매도한 삼성증권 주식으로 한정했다. 해당 기간 실제 매도 가격과 사고가 없었을 경우 형성됐을 정상 가격의 차액을 손해로 산정하고, 국민연금이 하락한 가격에 주식을 사들여 얻은 이익도 공제했다.
1심은 삼성증권이 국민연금에 18억6600만여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양측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역시 손해배상 범위와 책임 비율에 관한 원심 판단은 결과적으로 정당하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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