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여 본당에 배포된 준비 매뉴얼
조직위는 2026년 4월 서울대교구 내 230여 개 본당에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위한 본당 매뉴얼'을 배포했다. 매뉴얼에는 홈스테이 제공 가정의 자격 조건과 교육, 인원 배정, 본당 숙소 준비, 순례자 응대 등 실무 내용이 담겼다. 각 본당은 이를 토대로 신자 가정을 모집하고 본당 차원에서 준비조직을 꾸리고 있다.
홈스테이는 대규모 국제행사의 숙박 부족을 보완하는 현실적 방안이다. 그러나 가톨릭 세계청년대회에서 홈스테이는 비용 절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해외 청년은 한국 가정의 생활과 신앙을 가까이에서 경험하고, 제공 가정은 세계 교회의 다양성을 일상에서 만난다. 참가자에게 한국은 관광지가 아니라 자신을 맞아준 사람의 얼굴과 이름으로 기억될 수 있다.
선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 환대
방문을 여는 마음만큼 세밀한 운영 기준이 중요하다. 수용 인원과 침구, 화장실 사용, 식사와 알레르기, 귀가 시간과 이동 동선, 짐 보관, 언어 소통, 응급 상황 시 연락망을 미리 점검해야 한다. 8월의 폭염과 열대야를 고려하면 냉방과 환기, 식수 제공도 기본 조건이 된다. 반려동물이나 흡연, 종교·문화에 따른 식습관처럼 사소해 보이는 차이가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사전 정보 교환이 필요하다.
청소년 참가자가 포함돼 있으면 문제는 더 엄격해진다. 호스트 가정의 신원 확인, 아동·청소년 보호교육, 성별과 연령을 고려한 배정, 사생활 보호, 문제 발생 시 즉시 분리할 수 있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 장애가 있거나 지속적인 투약이 필요한 순례자에게는 접근 가능한 주거환경과 의료 연계가 필요하다. 환대를 개인의 책임에만 맡기지 않고 본당과 조직위가 공동으로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본당은 숙소 배정의 작은 상황실
각 가정이 순례자와 직접 연결되더라도 실제 운영의 중심은 본당이 된다. 본당은 도착과 출발 시간을 확인하고 가정별 인원을 배정하며, 순례자가 주요 행사장으로 이동하도록 안내해야 한다. 연락이 끊기거나 일정이 바뀌고, 가정과 참가자 사이에 문제가 생길 때 조정하는 역할도 맡는다. 따라서 본당 담당자의 권한과 조직위원회 상황실의 보고 체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본당 봉사자와 호스트 가정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달라야 한다. 봉사자는 등록 확인과 이동 안내, 다국어 소통과 비상보고를 훈련해야 하고, 가정에는 문화 차이와 생활 규칙을 조율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한 번의 설명회보다 실제 상황을 가정한 모의훈련과 다국어 안내문, 24시간 연락 가능한 지원창구가 실효성을 높인다.
홈스테이 부족하면 공공시설 활용 검토
조직위는 홈스테이만으로 충분한 숙소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서울 시내 공공시설을 숙소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체육관이나 교육·공공시설을 임시 숙소로 사용하면 대규모 인원을 한곳에 수용할 수 있지만 해결해야 할 조건도 많다. 소방·방재 기준, 샤워와 화장실, 냉방, 야간 보안, 성별 공간 분리, 감염병 대응, 짐 보관과 대중교통 접근성을 갖춰야 한다.
수도권 시설을 활용하는 분산 수용 방안도 거론되지만 후보 시설이 공식 확정되지 않은 단계에서 특정 장소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참가자의 이동시간과 교통비, 막차 이후 귀환, 비상상황 대응이 어려워진다. 확보한 바닥 면적이 아니라 실제로 안전하게 잘 수 있는 사람 수를 기준으로 숙박 능력을 계산해야 한다.
서울에 오기 전 전국에서 열리는 교구대회
해외 순례자의 한국 체험은 서울보다 먼저 전국에서 시작된다. 2027년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서울을 제외한 15개 교구가 교구대회를 연다. 참가자들은 지역 공동체에 머물며 성지와 본당을 방문하고 한국 문화와 신앙을 체험한 뒤 서울 본대회로 이동한다. 지역 청년에게는 세계 청년을 고향에서 만나는 기회이고, 지역사회에는 국제교류의 경험이 된다.
2026년 9월 국제준비회의에서는 각 교구대회를 소개하는 'DID EXPO'가 열린다. 교구마다 프로그램과 수용 능력, 교통 여건이 다른 만큼 순례자 배정과 서울 이동을 조기에 조율해야 한다. 전국 교구대회가 충실할수록 서울 도심에 집중되는 부담도 나눌 수 있다.
환대의 범위를 신자 가정에만 한정할 필요도 없다. 본당 주변 주민과 상점, 학교, 복지기관에 행사 일정과 이동 동선을 미리 알리고 협조를 구하면 지역 전체가 순례자를 맞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소음과 쓰레기, 주차, 새벽 이동으로 주민 불편이 예상되는 곳에서는 사전 설명과 민원 대응창구가 필요하다. 종교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시민에게 희생을 요구하면서 환대를 말할 수는 없다.
홈스테이 가정에도 선택권과 중단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건강이나 가족 사정이 바뀌거나 배정된 참가자와 생활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때 눈치를 보지 않고 본당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순례자 역시 숙소가 안전하지 않거나 차별과 불편을 겪을 때에는 즉시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한다. 양쪽 권리를 보호하는 조정체계가 신뢰의 전제가 된다.
대회의 환대는 구호보다 구체적인 생활에서 증명된다. 낯선 청년을 위해 방을 비우고 식탁에 자리를 마련한 가정, 새벽 이동을 돕는 본당 봉사자, 문화 차이를 설명하며 갈등을 조정하는 담당자가 대회의 얼굴이 된다. 순례자가 떠난 뒤에도 편지와 연락, 다시 만남이 이어진다면 홈스테이는 숙박대책을 넘어 서울 WYD가 남긴 가장 인간적인 유산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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