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을 제한하는 방안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 최종안에서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당국은 당초 회장 연임을 한 차례로 제한하는 강도 높은 방안까지 검토했지만 여당 내에서 민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임기를 법으로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경영 개입이라는 신중론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11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나는 17일 이후 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개선안에는 당초 핵심 방안으로 거론됐던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 금지가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현직 회장에게 우호적인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장기 집권 기반을 만드는 이른바 ‘참호 구축’을 차단하기 위해 회장 연임 횟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하지만 여당 내부에서는 민간 금융회사 CEO 임기를 법으로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경영 개입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상황에서 해외에서도 선례를 찾기 어려운 CEO 연임 제한을 법제화하는 데 대한 부담도 작용했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이사회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 임기를 3년 단임제로 하거나 2+1년 방식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이 방안 역시 최종안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 형식적으로 임기를 제한하기보다 회장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의 독립성과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반영됐다.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는 이미 여러 차례 미뤄졌다. 금융위는 당초 올해 3월 개선안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발표 당일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이후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KB금융그룹이 회장 후보 쇼트리스트를 확정한 7월 3일 이전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 역시 무산됐다. 지난달 말로 예정됐던 발표 일정도 잠정 취소됐다.
당정 조율이 길어지면서 금융권에서는 지배구조 개혁의 핵심 내용이 상당 부분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회장의 장기 집권과 이사회 독립성 문제를 개선하겠다며 제도 손질에 나섰지만 핵심으로 거론된 연임 제한과 사외이사 임기 단축이 모두 빠지면 제도 개선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 임기 만료가 가장 가까운 곳은 KB금융이다. 양종희 KB금융 회장 임기는 오는 11월 끝난다. 다만 양 회장은 첫 임기를 수행 중인 만큼 3연임 제한이 도입되더라도 당장 적용 대상은 아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민간 금융회사 CEO에 대해 연임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건전한 지배구조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법적 강제보다 투명하고 독립적인 평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금융산업 경쟁력과 경영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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