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정반대의 사건이 벌어졌다.
중국 인민해방군 ‘감청부대’에서 약 40년간 복무한 60대 중국인이 우리 군 통신을 도청한 혐의로 이달 재판에 넘겨졌다. 중령에 해당하는 ‘중교’로 전역한 그는 2024년 3월부터 지난달까지 군산공항과 부산·평택의 해·공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등에서 군용기와 관제탑의 교신을 도청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집한 감청자료만 13.9테라바이트(TB)에 이른다.
함께 기소된 중국인도 인민해방군 ‘특수부대’와 ‘공안국’에서 8년간 근무한 공산당원이다. 평택 캠프 험프리스 정문 인근에서 군장점을 운영하며 군인과 군무원을 포섭해 한미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관련 자료와 지휘부 인사정보 등을 12차례에 걸쳐 넘겨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간첩죄 적용 대상을 종전 ‘적국’에서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확대한 개정 형법 98조가 지난 13일 시행됐다. 이들의 범행은 시행 전에 일어났기 때문에 형벌불소급 원칙에 따라 새로운 간첩죄를 적용할 수 없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외국을 위해 국가기밀을 수집했을지라도 간첩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간첩죄로 기소하기 위해서는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의 지령·사주·그 밖의 의사 연락 아래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중개했다는 사실까지 입증해야 한다. 즉, ‘배후’를 밝혀야 한다. 바로 이것이 76년 만에 고친 간첩법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중국과 비교하면 차이는 뚜렷하다. 중국은 개정 반간첩법을 시행하면서 간첩 행위의 범위를 크게 넓혔다. 국가안보와 이익에 관계되는 문서·데이터·자료 등에 대한 절취·탐지·매수·불법 제공까지 폭넓게 규율한다. 그러나 국가안보와 이익이라는 개념이 너무 광범위해 ‘자의적인 법 집행’과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우리가 중국 반간첩법을 따라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상호주의’ 관점에서 우리 법의 실효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우리의 산업정보 유출 ‘의혹’에 반간첩법을 적용하는데, 우리는 중국의 전직 군인이 군사정보를 ‘조직적으로 수집’해도 배후와의 연결고리를 밝혀내지 못하면 간첩죄 적용을 할 수 없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또한 산업스파이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 신설된 형법98조의2(외국 등을 위한 간첩죄)는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를 위한 국가기밀 누설’만을 처벌한다. 따라서 외국 민간기업이 반도체·배터리 등의 기술을 빼 내가도 중국과 달리 간첩죄 적용이 힘들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외국 기업과 국가핵심기술을 적용 대상에 추가하고 형량도 현행 3년 이상에서 10년 이상으로 높이는 추가 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이런 한계 때문이다. 76년 만에 간첩법을 고쳤지만, 개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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