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개된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감사보고서와 7일 국회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실이 제공한 축구협회 비위 조사 결과 종합 자료에 따르면 축구협회는 지난 2011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 국내에서 치러진 7차례의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및 올림픽 대표팀 경기에서 외국인 심판과 감독관 등 10여 명에게 성접대를 제공했다. 결제는 서울 강남과 경남 창원, 울산 등의 안마시술소에서 법인카드로 수십만원에서 100만원 이상씩 이뤄졌다.
접대 대상자들이 주심과 감독관을 맡은 7경기에서 한국은 5승 2무로 무패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런던 올림픽 최종예선 오만전(2대 0 승)과 카타르전(0대 0 무)이 포함됐으며 한국은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해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했다. 아울러 2014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쿠웨이트전(2대 0 승) 역시 접대 대상자가 배정된 경기에 포함됐다.
파장이 커지자 외신들도 한국 축구의 행정 난맥상과 스포츠 윤리 훼손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일본 매체 더월드는 "국제 경기를 담당하는 심판진에게 부적절한 접대를 한 것은 스포츠 공평성과 윤리를 해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주니치 스포츠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과거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부터 이러한 비위가 습관적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제기했다.
영국 매체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타임스는 "필요에 따라 FIFA의 공식 제재 및 축구협회 거버넌스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짚었다.
올림픽을 주관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당시 경기를 주관한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징계 및 윤리 강령을 통해 승부 조작과 연관된 직간접적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획득한 메달을 박탈할 수 있다는 명확한 규정도 존재한다.
그러나 실질적인 메달 박탈이나 FIFA 차원의 공식 징계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 아직까지 심판 접대나 매수를 이유로 올림픽 메달이 취소된 전례가 없고 규정상 처벌 가능한 공소시효가 이미 만료됐기 때문이다.
특히 축구 종목에서 발생한 비위 사안에 대한 처벌과 시효 판단은 해당 국제 종목 연맹인 FIFA의 윤리강령을 1차적인 기준으로 삼는다. 실질적인 제재 근거가 되는 FIFA 윤리강령을 보면 일반적인 위반 행위에 대한 공소시효는 5년, 뇌물 수수 및 부패 행위에 대한 시효는 10년으로 제한돼 있다. 사건 발생 후 15년 가까이 흐른 만큼 규정된 기한을 훌쩍 넘긴 상태다. 성적 학대나 착취 등 일부 특수한 비위가 아닌 이상 정상적으로 시효가 적용되며, 당시 접대를 받은 심판진 대부분이 현역에서 은퇴해 소급 제재를 가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
축구협회 자체 내부 징계 역시 성사되기 힘든 구조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사건 발생 후 시일이 많이 지났고, 당시 상황을 소명할 수 있는 관계자들도 대부분 정년퇴임이나 퇴사를 해 내부적으로 명확한 파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과거 징계위원회가 열린 결과나 통보도 당사자에게만 이뤄져 내부 공유가 전혀 되지 않았다. 관련 문서 보관 기간도 5년에 불과해 현재 시점에서는 과거의 조치 여부조차 명확한 파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과거 사건 이후 '클린카드' 제도가 도입돼 현재는 법인카드의 사용처 통제가 매우 엄격하다"며 "심판 배정 시에도 단기 계약직 직원이 수행을 전담하는 시스템으로 개편됐다. 과거와 같은 유용이나 접대는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나 체육계 차원의 징계 역시 어려울 전망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2016년 당시 스포츠 비리 신고 센터를 통해 안마시술소 결제 및 성접대 관련 정황을 접수하고, 사실 확인을 위해 2016년 12월 7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이후 2017년 경찰 수사 결과 업무상 배임 혐의 등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 수사 의뢰 당시에는 대한체육회에 중징계를 요구하기도 했으나 수사 결과 무혐의 결론이 남에 따라 최종적으로 징계 의결 없이 정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축구협회가 국제 제재를 받게 된다면 문체부 차원에서도 규정에 의거한 징계를 검토해 볼 수는 있다. 다만 현시점에서는 너무 앞서 나간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국제 기구의 징계를 면하더라도 국제적인 '성접대 스캔들'로 번진 이번 사태는 한국 축구가 수십년간 쌓아 올린 대외적 공정성과 신뢰도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다.
거센 대중의 질타와 비판 여론이 이어지자 축구협회는 지난 8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축구협회는 "정정당당한 스포츠맨십을 보여드려야 할 저희 협회는 최근 본연의 기능을 잃고 참담한 상황에 놓였다"며 "국회 청문회에 이어 사상초유의 압수수색과 다수의 내부 구성원들조차 제대로 몰랐던 십수년 전 일에 대한 보도에 이르기까지, 협회와 관련된 각종 사안으로 심려를 끼친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협회는 이러한 전방위적인 외부의 비난과 질타를 전 구성원 모두 가슴 깊이 새기고 철저한 쇄신의 기회로 삼겠다"며 "더 나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자아성찰과 더불어 강도 높은 노력을 이어 나가겠다. 높아진 외부의 기준과 눈높이에 맞춰 조직문화의 투명성과 도덕성도 더욱더 제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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