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극심한 변동성과 거래 절벽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고 있다. 8월 들어 코스피 시장은 하루가 멀다 하고 폭락과 급등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고, 투자 심리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일평균 거래대금과 거래량은 올해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외국인과 개인 모두 적극적인 매수 주체로 나서지 못한 채 관망세를 이어가면서, 시장은 반등을 이끌 모멘텀조차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단기 레버리지 물량 청산이나 미 연준의 금리 향방,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등 해외 매크로 변수를 급등락의 표면적 원인으로 꼽는다.
그러나 일시적인 외풍과 수급 불균형이라는 거품을 걷어내고 보면 문제의 본질은 우리 경제의 ‘저질 체력’이다. 자본시장의 증시는 결국 그 나라 경제의 현재 상태와 미래 가치를 반영하는 가장 정직한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특정 업종의 외연적 성과나 인위적으로 조성된 유동성 자극으로 만든 체력은 오래갈 수 없다. 외부 충격 한 번에 지수가 맥 없이 흔들리고 시장 참여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는 것은, 1만 포인트 돌파를 기대했던 우리 증시가 단단한 기초체력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착시’일 수 있음을 뜻한다.
시장이 유의미하고 지속 가능한 반등을 이뤄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한시적인 증시 부양책이나 단기 수급 조절책이 아니다. 외국인을 비롯한 장기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다시 확신을 갖고 돌아오게 만드는 유일한 조건은 '한국 경제가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우상향하고 있다'는 근본적인 신뢰를 주는 것이다.
경제 전체의 자산 가치가 지속해서 상승할 것이라는 믿음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어떠한 시장 안정화 대책도 임시방편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단기적 증시 기복에 일희일비 한다면 신뢰는 쌓기 어렵다. 결국 기본이다. 우리 경제 체질을 바꾸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가장 먼저 반도체 등 특정 핵심 산업에 지나치게 편중된 산업 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 첨단 기술 분야는 물론 신성장 동력이 될 차세대 산업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가감 없는 규제 혁신과 과감한 투자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과감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환원 확대를 적극 유도하는 한편, 상속·증여세제 개편 등 자본시장의 체질을 선진화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촉매를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가치를 제고(밸류업)하고 주주 가치를 존중하는 환경이 조성될 때, 비로소 자본시장은 단기 투기판이 아닌 장기 자산 형성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다.
기본과 원칙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인위적인 자극과 단기 호재로 연명하는 증시는 결국 거대한 변동성이라는 부작용만을 남긴다. 정부가 명확한 성장 비전과 끊임없는 구조개혁으로 한국 경제의 확실한 우상향 궤적을 증명해 보일 때, 비로소 우리 증시도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기초체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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