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국내외 증시의 시선이 미국 물가 지표에 쏠린다. 예상 밖으로 부진했던 미국 고용지표가 금리 인상 우려를 낮춘 가운데 물가까지 둔화세를 확인할 경우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날 경우 다시 금리 경계감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9일 미국 노동통계국(BLS) 등에 따르면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현지시간 오는 12일 오전 8시 30분 발표된다. 한국시간으로는 같은 날 오후 9시 30분이다.
CPI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할 핵심 지표 가운데 하나다. 특히 이번 발표는 지난 7일 공개된 미국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크게 부진했던 직후 나온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2만 3000명 감소했다. 시장에서는 약 8만명 증가를 예상했지만 오히려 일자리가 줄었다. 미국의 월간 비농업 고용이 감소한 것은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식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실업률은 4.1%로 소폭 하락했지만 이는 노동시장 참가자가 감소한 영향도 있었다.
고용지표 발표 이후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9월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크게 약화했다. 금리선물 시장에 반영된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고용지표 발표 전보다 크게 낮아졌다.
뉴욕증시는 이를 호재로 받아들였다. 지난 7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62%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30%,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28% 각각 상승했다. 주간 기준으로도 S&P500은 3.58%, 나스닥은 5.19%, 다우지수는 2.96% 올랐다.
다만 시장의 관심은 곧바로 물가로 이동하고 있다. 고용 둔화만 놓고 보면 연준이 추가 긴축에 나설 필요성이 낮아질 수 있지만, 물가가 다시 강하게 오를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6월 CPI는 전월 대비 0.4% 하락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3.5%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보합,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다.
연준이 목표로 하는 물가상승률은 2%다. CPI가 연준의 공식 물가 목표 지표는 아니지만 시장에서는 통화정책 방향을 판단하는 주요 자료로 활용한다.
연준은 지난달 28~29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다. 당시 연준은 경제활동이 견조하게 확장하고 있지만 물가가 여전히 2% 목표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금리 동결 결정은 만장일치도 아니었다. 투표권을 가진 위원 가운데 3명은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주장했다.
이에 따라 오는 12일 CPI가 시장의 물가 우려를 얼마나 누그러뜨릴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강할 경우 고용 부진으로 낮아진 금리 인상 전망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 반대로 물가까지 안정되는 흐름을 보인다면 연준이 추가 긴축에 나설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기대가 힘을 받을 수 있다.
CPI 다음 날인 13일에는 미국의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발표된다. PPI는 기업이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할 때 받는 가격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로 향후 소비자물가 흐름을 가늠하는 데 활용된다.
국내 증시도 미국 물가 지표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최근 국내 증시는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상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의 움직임에 따라 코스피가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장세가 이어졌다. 정부도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시장 안정을 위한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증시에서 기술주가 다시 강세를 보인 점은 국내 반도체주 투자심리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미국 물가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국채금리와 금리 인상 전망이 다시 상승할 경우 성장주와 기술주를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미 연준의 다음 FOMC는 오는 9월 15~16일 열린다. 이번 주 발표되는 CPI와 PPI를 비롯해 앞으로 공개될 경제지표들이 9월 연준의 판단을 좌우할 주요 재료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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