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3% 성장률' 지킬 체력 증진이 필요하다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해외의 시선이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는 지난달 28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1%로 제시했다. 직전보다 0.7%포인트 올려 잡은 수치다. 이어 이달 5일에는 모건스탠리가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4%로 상향 조정했다. 저성장과 내수 부진,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의 우려를 제기하던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입장이 확연히 달라졌다. 정부도 올해 3% 성장률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지난해 1%대에 머물렀던 걸 감안하면 한국 경제에 대한 재평가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이번 전망치 상향은 일시적인 경기 반등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촉발한 반도체 초호황이 수출과 기업 투자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AI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출 증가와 설비투자 확대, 세수 개선이 선순환을 이루는 모습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AI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확충, 첨단 제조업 육성 등 이른바 '3대 메가 프로젝트'도 기대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부산신항 컨테이너터미널 전경 사진연합뉴스
부산신항 컨테이너터미널 전경. [사진=연합뉴스]


주목할 대목은 성장의 축이 반도체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선업은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호황을 이어가고 있고, 방산은 글로벌 시장에서 수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자동차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전환을 가속하고 있으며 원전 산업도 해외 수주 확대를 모색하는 중이다. 한국 제조업 전반이 AI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산업 질서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해외 투자자들도 호평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특정 업종의 회복이 경기 반등을 이끌었다면, 지금은 첨단 제조업 전반이 성장 동력을 제공하는 구조로 변화하는 추세다.

다만 3%라는 숫자에 안도해서는 안 된다. 여전히 국가 경제 전반이 살아났다고 보기는 이르다. 수출은 견조하지만 내수와 건설, 자영업 경기는 회복 속도가 더디다. 성장의 온기가 산업 전반과 지역경제로 확산하지 않는다면 높은 성장률도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와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대외 변수도 적지 않다.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와 중동 정세에 따른 에너지 가격 변동, 중국 경기 둔화는 언제든 성장률을 흔들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AI 투자 사이클 역시 장기적으로는 공급 확대와 수요 변화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핵심 축인 것은 분명하지만, 특정 산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구조는 또 다른 리스크다.

성장률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장의 질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확보한 투자와 세수를 AI 인프라, 전력망, 첨단 제조업, 소프트웨어, 로보틱스, 인재 양성으로 연결해야 한다. 규제 혁신과 신속한 인허가, 안정적인 전력 공급, 연구개발 투자도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 성장률이 높아졌다고 소비성 지출 확대에 머물 것이 아니라 미래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3% 성장률은 반가운 성과다. 이번 반등을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추세로 정착시켜야 한다. 낙관보다 냉정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만드는 힘은 결국 산업 경쟁력과 생산성, 미래를 내다본 투자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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