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화 거부할 것"…그래도 가을 외교 무대는 다 두드린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외교부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박세진 기자
조현 외교부 장관이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외교부 업무보고 사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박세진 기자

9월 유엔총회에서 남북이 마주 앉을 수 있을까? 외교부 장관의 대답은 사실상 아니오였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5일 "지금까지의 북한의 태도로 봐서는 아마 그런 기회를 회피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대치를 스스로 낮춘 셈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겠다는 얘기는 아니었다. 조 장관은 "우리 정부로서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현재 교착 상태를 타개해 보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유엔총회, 또 가을에 있는 에이펙 이런 계기를 놓치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안 나올 것 같지만 그래도 간다. 지금 정부의 대북 접근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그렇다.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는 외교부와 통일부, 국방부, 국가보훈부가 나란히 업무보고를 했다. 조 장관의 사후 브리핑은 오후 3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렸다.

지난해 6월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남북 당국 간 공식 채널이 열린 적은 한 번도 없다. 외교부도 '북한의 대화·교류 거부'를 한반도 정책의 첫 번째 장애 요인으로 꼽았다.

그래서 정부는 그동안 옆문을 두드려 왔다. 외교부가 밝힌 상반기 활동을 보면 싱가포르와 베트남, 스웨덴 같은 제3국과 유엔까지 동원했다. 1월 한중 정상회담과 6월 총리 방중 때는 중국을 붙잡고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고, 대북 인도지원 사업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면제도 받아냈다.

하반기 계획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한이 실제로 얼굴을 내미는 다자회의를 노린다. 유엔 무대, 그리고 정부 당국자와 학계 인사가 섞여 앉는 1.5트랙 회의가 그런 자리다.

들고 갈 내용물은 단계적 비핵화다. 중단, 축소, 폐기 순서로 간다. 우선 첫 단추인 '중단' 논의부터 진전시키겠다는 게 외교부가 한미 협의에 실어 놓은 무게다.

정작 북한은 거꾸로 가고 있다. 외교부 평가에 따르면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면서 핵·미사일 능력을 계속 끌어올리는 중이다. 러시아와는 밀착하고, 중국과는 관계를 복원했다.

바깥 활동도 늘렸다. 5월에는 베트남과 싱가포르의 외교장관이 평양을 찾았고, 인도네시아와 스웨덴 같은 주요 거점국에는 새 대사가 부임했다.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만은 조건부로 열어두고 있다.

이달 중에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서울에 온다. 조 장관은 이 자리에 북한 문제를 제일 앞에 놓겠다고 했다.

"이 문제는 워낙 우리한테 중요한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는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에 제일 우선적으로 왕이 부장과 이야기를 나누겠다."

다만 중국이 무슨 카드를 들고 와서 펼쳐 보이는 그림까지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북한군 러시아 추가 파병설에 대해서는 "우려와 또 이 사안의 중요성을 가지고 매우 엄중한 시각으로 상황 전개를 살펴보고 있다"며 확인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나머지 보고는 지난 1년 성적표에 가까웠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조사에서 외교는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 분야 1위였다. 6월 7일 공공정책평가협회와 세계일보 평가에서도 국익 중심 외교안보가 국정목표 달성도 1위에 올랐다.

정부 출범 이후 50여 개국과 100회 넘게 정상외교를 했고, 여기서 떨어져 나온 후속 과제가 700여 건이다. 7월 16일 기준 올해 방한한 외국 외교장관은 32개국.

중동에서 전쟁이 터졌을 때는 육로와 전세기, 군수송기, 민항편을 총동원해 우리 국민 1500여 명을 빼냈다. 중동 공관들은 전쟁 한복판에서도 철수하지 않고 남았다. 호르무즈 해협에 갇혀 있던 우리 선박 26척 중 24척은 7월 16일까지 빠져나왔다.

캄보디아 스캠 감금 피해는 지난해 상반기 225건에서 올해 14건으로 줄었다. 94% 감소다. 여행경보를 손보고 현지 치안당국과 상시 공조 체계를 만들고 사건 연루자를 국내로 송환한 결과다.

전 세계 173개 재외공관을 통한 동포 민원 일괄조사도 처음 해봤다. 두 차례에 걸쳐 2800여 건이 접수됐고, 1차 1438건 가운데 989건이 해소됐다.

숫자가 안 붙은 지시도 하나 있었다. 외교가 국내 정치와 정쟁의 대상이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데 실제로는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는 대통령의 지적이다.

조 장관은 이렇게 전했다. "어떠한 주장보다는 실천을 말씀하셨는데, 제 나름대로 해석을 해보면 역시 외교는 현실이고 또 그 현실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깊이 통찰하신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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