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을 놓고 재계에선 장탄식이 흘러나온다. 가업상속공제에서 대기업만 예외로 남은 가운데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주가 누르기 방지법이 현실화하면서 이중고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생산세액공제 신설이나 석유화학 구조조정 관련 세제 지원 등도 실효성에 의문을 품는 기업이 많다.
3일 재정경제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을 통해 가업상속공제 적용 범위 확대에 나선다. 계획안에 따르면 '가업'을 전문 기술과 경영상 노하우를 보유한 기업으로 정의하고 공제 대상 업종을 727개 업종으로 확대한다.
또 공제한도를 선대 경영인의 '경영연수 x 20억원'씩 계산해 현행 최대 600억원(경영연수 30년)에서 기준 1000억원(경영연수 50년)으로 상향한다. 자녀 대신 제3자에게 사업을 승계할 때도 양도소득세·소득세·법인세 10% 감면 등 혜택을 제공한다.
정책 추진 배경에는 최대 60%에 달하는 대한민국의 높은 상속세율이 있다. 베이비붐 세대 경영인의 은퇴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과도한 상속세율이 유럽·일본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00년 이상 지속되는 '장수기업(老鋪·시니세)'의 등장을 막고 있다는 비판이다.
일례로 국내 1위 가구 회사였던 한샘은 지난 2021년 창업주와 상속인이 과도한 상속세율을 감당하지 못하고 가업 승계 대신 사모펀드로의 경영권 매각을 선택해야만 했다.
다만 개정 가업상속공제는 매출 5000억원 미만 기업에만 적용하는 점에서 현행 제도와 차이가 없다. 대기업은 전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혜택을 보지 못한다.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확대에 관한 재계의 열망을 외면하면서 결국 경영권 승계를 앞둔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상속·증여세를 줄이고자 주가 부양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관찰되기에 이른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지난 2분기 주가 부양에 소극적인 기업에 페널티를 주는 'PBR 0.8배법(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 입법을 준비하고 관련 내용을 이번 세제개편안에 반영하면서 상장 대기업·중견기업에 대한 압박을 더하고 있다.
정부는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를 통해 주가 부양에 소극적인 기업을 '주가 누르기 기업'으로 지정하고 상속·증여세를 상속·증여일 전후 각 2개월간 종가 대신 기업 순자산가치의 80%를 기준으로 부과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당초 여당이 제출한 법안은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8 미만인 기업을 주가 누르기 기업으로 일괄 지정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업황 구조상 저PBR을 피하기 어려운 침체업종을 고려해 최근 6년간 PBR이 업종별 하위 25%(코스피)와 하위 10%(코스닥)를 주가 누르기 기업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결국 이번 개편안도 상대평가라는 점에서 불의의 피해를 보는 기업이 나올 것이란 재계·학계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잠재성장률 반등과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국내생산세액공제'도 신설한다. 태양광, 풍력, 반도체, 이차전지, 핵심소재, AI로봇부품 등 6대 주력산업을 대상으로 기업이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고 판매할 경우 법인세와 소득세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 골자다. 지금까지 신규 투자를 기준으로 세액공제를 제공해 온 정부가 지원 대상을 직접 생산과 판매 영역까지 확대한 것이다.
다만 실효성에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통합투자세액공제 수혜 사업장과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생산 제품이 적용 예외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국가전략기술 투자 등을 통해 이미 최대 10~20%가량의 공제를 받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주요 기업이 혜택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개편안의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복 지원 방지가 조세 기본 원칙이지만, 정작 국내 첨단 산업 생태계의 핵심 기업들을 정책적 수혜권 밖으로 밀어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국내 생산 기반을 강화하려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구조적 불황 위기에 직면한 석화 산업 재편을 지원하기 위한 세제 지원안도 함께 내놨다. 사업 재편을 마친 석화 기업에 대해 종료 후 2년간 투자·배당 및 상생협력 촉진세를 50% 감면하고, 투자나 금융채무 상환을 위한 자산 매각 시 양도차익에 대한 법인세 과세이연 기간도 확대하기로 했다. 기업들의 세 부담을 줄여 자발적 구조조정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기업들은 세제 지원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지원 규모에 대해서는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다. 석화 업계 관계자는 "사업 재편 종료 후 2년으로 지원 기간이 제한되고 감면율도 50% 수준에 그쳐 체감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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