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연 바이버 대표 [사진=바이버]
명품시계와 하이주얼리를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하나의 실물 자산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한정된 공급과 꾸준한 가격 상승으로 2차 시장에서도 그 가치가 보존되거나 오히려 상승하는 경우가 늘면서 시계를 사는 행위는 소비가 아니라 자산을 편입하는 행위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시계는 자동차처럼 고유 식별 체계를 갖고 있지 않다. 누가 소유했고, 어떤 이력을 가졌으며, 정말 진품인지를 증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뜻이다. 자산으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시계와 그 가치를 증명할 인프라가 없는 시장. 이 간극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오랫동안 풀지 못한 숙제였다.
이 간극을 메우는 열쇠는 결국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시계의 진위와 시세를 가늠하는 일은 오랫동안 극소수 전문가의 경험과 감에 의존해온 영역이었고, 그만큼 데이터로 풀기 까다로운 문제이기도 했다. 이에 우리는 지난해부터 이 문제를 인공지능(AI)으로 풀어보려는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시계 사진 한 장만으로 브랜드와 모델명, 다이얼 색상과 베젤 형태 같은 세부 사양까지 인식해 실시간 시세와 상품 정보를 보여주는 이미지 인식 기술이 대표적이다. 동일한 모델이라도 다이얼 색상이나 부품 크기에 따라 수백 가지 파생형이 존재하는 시계 특성상 이런 기술이 자리 잡기까지는 오랜 시간에 걸친 데이터 축적과 정교한 분류 작업이 뒷받침돼야 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보 제공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와의 접점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대화의 맥락을 이해해 사용자의 예산과 취향에 맞는 모델을 추천하고, 시세와 구매 가능한 상품, 실제 착용 이미지까지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서 안내하는 대화형 AI 에이전트다. 이는 정보가 없어 전문가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시계 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기술이 조금씩 해소해주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정보의 비대칭을 극복하는 것이 거래의 첫 관문이라면 거래를 통해 확보한 자산을 관리하고 불릴 수 있게 하는 것은 다음 단계다. 이 단계에서는 무엇보다 데이터의 투명성이 관건이다. 우리는 거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반영해 시계 한 점 한 점의 시세를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시세 정보 서비스'를 비롯해 사고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소유하고 있는 동안의 상태와 가치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주는 '구독형 관리 서비스'로 그 다음 단계를 채우고 있다. 시계를 한 번의 거래로 끝나는 물건이 아니라 꾸준히 관리하고 키워나가는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더해 최근 소유권 이전 기록, 종합 정비 이력까지 하나의 시계에 담긴 서사를 디지털로 기록하고 관리하는 '디지털 패스포트'를 도입했다. 시계 한 점이 거쳐온 손길이 투명하게 남는 것이다. 이 개념이 자리 잡으면 시계는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자산이 된다. 소유 이력이 투명하게 증명되는 시계는 이후 거래에서도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고, 오래 보유할수록 오히려 신뢰가 쌓이는 구조를 갖게 된다. 우리는 디지털 패스포트가 단순한 부가 기능이 아니라 앞으로 명품시계 거래 생태계의 중추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지 인식 기술부터 대화형 AI, 시세 정보, 자산 관리 서비스, 그리고 디지털 패스포트까지 이런 시도들이 하나씩 쌓여가는 이유는 결국 하나다. 명품시계를 둘러싼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는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믿고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가 없어 망설이던 사람도,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던 사람도 이 안에서는 자유롭게 시계를 사고팔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흐름은 국내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미국·영국·홍콩·일본을 비롯한 해외 이용자들의 거래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AI와 자산 관리 기술을 앞세운 이 생태계가 국경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본다. 언어와 지역의 장벽 없이 동일한 수준의 정보와 감정, 케어 서비스를 경험하게 만드는 것. 결국 신뢰를 기술로 증명하는 방식이야말로 앞으로 명품시계 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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