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AI 국가대전환 = 김회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AI 문명의 심장은 전력이다

  • — 대한민국 AI 경쟁력은 원전에서 시작된다

 
AI는 이제 하나의 기술이 아니라 막대한 전력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새로운 문명의 출발점이다. 데이터센터는 하루도 전력이 끊겨서는 안 되는 시설이 됐고, 이 지점에서 원자력발전은 국가 AI 경쟁력을 떠받치는 전략 인프라로 재조명받고 있다.
 
김회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이끄는 한수원이 AI 시대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짚어본다.
 
 
우리는 AI 시대를 이야기할 때 반도체와 알고리즘, 데이터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이 세 요소를 실제로 움직이는 근본 자원은 따로 있다. 바로 전력이다.
 
 
생성형 AI는 수많은 서버와 GPU를 동시에 가동하며 학습과 추론을 수행한다. 사용자가 질문을 던지는 순간에도 세계 곳곳의 데이터센터에서는 막대한 연산이 이뤄지고, 그 모든 연산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전제로 한다.
 
 
AI 모델이 아무리 뛰어나도 전기가 끊기면 단 한 줄의 답변도 생성할 수 없다. 산업혁명이 석탄으로, 자동차 산업이 석유로 성장했다면 AI 문명은 전력을 기반으로 성장한다. 전력은 이제 단순한 공공재가 아니라 국가 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전략 자산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14일  경북 울진 한울본부에서 제1기 시민참관단 발대식을 열었다 김회천 한수원 사장은 참관단의 의견을 적극 경청하고 반영해 더욱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수력원자력이 14일 경북 울진 한울본부에서 제1기 시민참관단 발대식을 열었다. 김회천 한수원 사장은 "참관단의 의견을 적극 경청하고 반영해 더욱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20세기가 자동차 공장으로 상징됐다면 21세기 AI 시대는 데이터센터로 상징된다. 금융, 의료, 제조, 자율주행, 공공 행정 등 AI가 쓰이는 모든 분야는 결국 데이터센터를 통해 연결되며, 데이터센터가 멈춘다는 것은 산업과 사회의 상당 부분이 함께 멈춘다는 뜻이다.
 
 
세계 각국이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을 벌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만, 시설을 짓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안정적인 전력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국가만이 AI 산업을 장기적으로 키울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세계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확대와 함께 전력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것도, 제조·의료·금융·교육이 AI 기반으로 전환되며 전력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차가 본격 보급되면 이 수요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반도체를 많이 생산한다고 AI 산업이 저절로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순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국가가 AI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게 된다.
 
 
전력은 태양광, 풍력, 수력, LNG, 원자력 등 다양한 발전원의 조합, 즉 에너지 믹스로 만들어진다. 이 가운데 원자력이 AI 시대에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대규모 전력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특성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연속 운전이 필요하고, 갑작스러운 전력 변동은 서비스 안정성에 직접 영향을 준다. 특정 발전원 하나로 AI 시대가 완성될 수는 없지만, 안정적인 전력망 없이는 AI 산업도 성장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원자력은 국가 전력 시스템의 중요한 한 축으로 계속 논의될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의 역할도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과거에는 안정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공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면, 이제는 AI 데이터센터·첨단 반도체·디지털 제조업·미래 모빌리티를 움직이는 기반 에너지를 책임지는 핵심 인프라 기업으로 그 의미가 커지고 있다.
 
 
AI는 원전을 더욱 안전하게 만든다
 
 
AI 시대는 원전이 AI를 지원하는 시대인 동시에, AI가 원전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시대이기도 하다. 원전에는 수십만 개의 계측기와 센서가 설치돼 설비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과거에는 운전 경험과 정기 점검을 중심으로 이상 여부를 판단했다면, 앞으로는 AI가 방대한 운전 데이터를 분석해 작은 변화까지 감지하고 고장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방식에서, 사고를 예방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다.
 
 
AI는 설비 유지보수 시점을 예측하고, 운영 조건을 분석해 효율성을 높이며, 방대한 기술 문서를 빠르게 검색·분석하는 역할도 맡을 수 있다. 반복 업무는 AI가, 최종 판단과 안전 관리는 사람이 맡는 구조다.
 
즉 AI는 원전을 대신 운영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판단을 더 정확하게 지원하는 기술이다.
 
 
세계 원전 산업은 지금 설계·건설·운영·정비·폐로에 이르는 전 생애주기를 데이터로 연결하는 '디지털 원전'으로의 전환을 맞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이 디지털 트윈이다.
 
실제 발전소와 동일한 가상 모델을 구축해 다양한 운전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위험 요소를 사전에 검증하는 방식으로, AI는 이 안에서 수많은 시나리오를 분석해 최적의 운영 방안을 제시한다. 이는 안전성 제고는 물론 운영 비용 절감과 설비 수명 연장으로도 이어진다.
 
 
원전 수출도 AI와 함께 진화해야 한다
 
 
대한민국 원전 기술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앞으로의 경쟁은 원자로만 잘 만드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미래 원전 수출은 발전소 건설을 넘어 AI 기반 운영 시스템, 디지털 트윈, 예측 정비, 사이버 보안, 원격 운영 기술까지 포함한 통합 솔루션 경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원전 건설 이후 수십 년간 축적되는 운전 데이터는 AI를 통해 새로운 가치로 연결될 수 있으며, 발전 효율과 안전성을 높이고 유지보수 비용을 절감하는 서비스까지 함께 제공하는 것이 미래 원전 산업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세계적인 ICT 역량과 원전 기술을 동시에 보유한 몇 안 되는 국가인 대한민국은, 두 분야를 결합한 'AI 기반 스마트 원전'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선도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준비해야 할 과제
 
 
김회천 사장이 이끄는 한국수력원자력 앞에는 두 가지 과제가 놓여 있다.
첫째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안전성과 운영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국민의 신뢰는 원전 산업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며, 안전은 어떤 기술 혁신보다 우선하는 가치다.
 
둘째 AI를 활용한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발전소 운영뿐 아니라 설계, 정비, 연구개발, 인재 양성, 해외사업까지 AI를 적극 활용하는 전사적 AI 전환(AX)이 필요하다. AI는 단순한 업무 효율화 도구가 아니라 원전 산업의 경쟁력을 새롭게 정의하는 핵심 기술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AI 시대의 공기업은 더 이상 전기를 생산하는 조직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국가 전략산업을 지원하고 미래 산업 생태계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역할을 확장해야 한다.
 
 
데이터센터가 AI의 두뇌이고 반도체가 신경망이라면, 전력은 그 모든 것을 움직이게 하는 생명선이다. 산업화 시대 대한민국의 성장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뒷받침했듯, 앞으로는 AI 국가대전환의 에너지 기반을 책임지는 역할이 한국수력원자력에 더욱 중요하게 주어질 것이다.
 
 
AI 문명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힘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그 알고리즘이 멈추지 않도록 끊임없이 공급되는 안정적인 전력이다. 원전은 그 전력을 책임지는 국가 핵심 인프라 가운데 하나이며, 한국수력원자력은 그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주체다.
 
 
: 김회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
김회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1985년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한 이후 기획처장, 관리본부장, 경영지원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국내 전력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이후 가천대학교 에너지IT학과 연구교수를 거쳐 한국남동발전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으며, 2026년 3월 18일 한국수력원자력 제11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35년간 전력 산업 현장을 지켜온 경험을 바탕으로 원전 안전성과 미래 에너지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으며, AI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원전 운영 체계 구축을 이끌 리더로 기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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