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멤버 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은 지난 29일 각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저희는 올해 그래미에 출품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결정은 그래미 어워즈가 내년 시상식부터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을 신설한 상황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해당 부문은 K팝을 비롯해 J팝, C팝 등 아시아 대중음악을 대상으로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시아 음악을 별도 카테고리로 분류하는 방식이 오히려 주요 부문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방탄소년단의 입장문 역시 이 지점을 에둘러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들이 "지역이나 언어"를 언급한 만큼, 그래미가 아시아 음악을 별도 부문으로 묶는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이 담긴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유명 인사들의 지지도 이어졌다. 에픽하이 타블로가 방탄소년단의 결정을 응원한 데 이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연출한 매기 강 감독도 SNS를 통해 지지의 뜻을 나타냈다. 방탄소년단 5집 수록곡 '에일리언스'와 '2.0' 작업에 참여한 미국 음악 프로듀서 마이크 윌 메이드잇 역시 "BTS ALIENS"라고 적으며 응원을 보냈다.
외신도 이번 결정을 비중 있게 다뤘다. 미국 빌보드와 AP통신 등은 방탄소년단의 출품 거부가 그래미의 아시안 팝 부문 신설과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영국 가디언 역시 방탄소년단의 메시지에 부드럽지만 분명한 비판이 담겼다고 평가했다.
그래미 어워즈를 주관하는 레코딩 아카데미는 방탄소년단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아시안 팝 부문은 아시아 팝 음악의 다양성과 탁월성을 기리기 위해 신설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K팝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그래미의 외연 확장 시도와 별개로, 글로벌 시상식이 비영어권 음악을 어떤 방식으로 분류하고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방탄소년단은 그동안 그래미와 긴장 관계를 이어왔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그래미 최종 후보에 오르며 K팝 최초 수상에 도전했지만 수상은 불발됐다. 세계적인 음원 성과와 팬덤 영향력에도 그래미 수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보수적인 심사 구조와 비영어권 아티스트에 대한 장벽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됐다.
이번 출품 거부는 방탄소년단이 그래미의 기준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그 기준 자체에 질문을 던진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방탄소년단이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상징성이 큰 팀인 만큼 다른 K팝 아티스트와 기획사들도 향후 그래미 출품 전략을 두고 신중한 판단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K팝이 더 이상 특정 지역의 장르가 아니라 글로벌 대중음악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그래미의 아시안 팝 부문 신설을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방탄소년단의 거리두기가 K팝과 글로벌 시상식의 관계를 다시 쓰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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