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소현의 주주톡] "가격보다 과정이 문제"…맥쿼리의 가비아 공개매수를 둘러싼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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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매수를 둘러싼 논란은 그동안 하나였습니다. "가격이 너무 낮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업가치보다 낮은 가격으로 상장폐지를 추진하면서 일반주주에게 손실을 떠넘긴다는 비판이 반복됐습니다.

그런데 가비아 사례는 조금 다릅니다. 이번 논쟁의 중심에는 공개매수 가격이 아니라 '절차'가 있습니다. 과연 이번 거래가 일반주주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인지, 이사회가 이를 충분히 검증했는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가비아는 지난 20일 맥쿼리자산운용에 경영권을 매각하고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맥쿼리는 최대주주인 김홍국 회장과 경영진의 지분을 인수하는 동시에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합니다. 공개매수가 최소 목표 수량인 24.3%를 확보하면 거래는 성사됩니다.

공개매수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후 자진 상장폐지까지 이어지려면 특별결의를 비롯한 후속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때문에 이번 거래는 단순한 M&A가 아니라 국내 자본시장에서 '폐쇄기업화(Going Private)'가 어떤 기준으로 검증돼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첫 시험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얼마인가"보다 "최선이었는가"
이번 사례가 주목 받는 이유는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문제 제기 방식이 기존과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얼라인은 이번 거래에서 공개매수 가격 자체가 핵심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24일 입장문을 통해 "공개매수가가 지나치게 낮다고 주장한 적도, 맥쿼리자산운용을 비판한 적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얼라인이 문제 삼는 대상은 가비아 이사회입니다.

이번 거래는 최대주주가 지분을 매각한 뒤 매각대금 일부를 다시 투자해 맥쿼리와 함께 계속 경영권을 유지하는 구조입니다. 일반적인 제3자 인수합병이 아니라 실질적인 폐쇄기업화 거래인 만큼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사이 이해상충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 얼라인의 시각입니다.

따라서 이사회는 단순히 제시된 가격을 검토하는 수준을 넘어 △독립적인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외부 재무전문기관의 공정성 평가(Fairness Opinion)를 받고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다른 인수자가 있는지(Market Check 또는 Go-Shop 절차를 거쳤는지) △매수자와 가격 협상을 충분히 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가격이 적정한가"가 아니라 "그 가격이 최선이었다는 점을 어떤 절차로 확인했는가"가 핵심 쟁점이 된 셈입니다.
 
자진 상폐로도 피할 수 없다…'이사회의 책임' 겨눈 행동주의
가비아 대주주와 경영진이 맥쿼리와 손잡고 '자진 상장폐지'라는 강수를 둔 배경에는 올해 내내 이어진 얼라인의 매서운 행동주의 공세가 있습니다.

얼라인은 올해 2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가비아에 독립이사 선임과 경영진 보상체계 공개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제출했습니다.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법원에 의안상정 가처분까지 신청했고, 3월 정기주총에서는 얼라인이 추천한 기타비상무이사와 사외이사가 모두 선임됐습니다. 이사 및 주요 경영진 보상체계 공개를 요구하는 권고적 주주제안도 가결됐습니다.

이후 6월에는 KINX 등 자회사와의 중복상장 구조가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특별위원회 설치와 중복상장 해소 방안을 요구했습니다. 

상장사로서 받아야 할 지배구조 압박이 거세지자 가비아는 결국 '상장폐지'라는 탈출구를 택했습니다. 하지만 얼라인은 7월 공개매수가 발표되자 논쟁의 초점을 곧바로 '절차적 정당성'으로 옮겨 2라운드를 열었습니다. 행동주의를 피하려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비아 이사회가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한 최선의 검증 절차를 거쳤는지를 따져 묻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는 개정 상법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개정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뿐 아니라 주주까지 확대했고, 법무부 역시 기업 조직개편 과정에서 전체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절차를 거칠 것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습니다.

얼라인은 이번 거래가 이러한 새로운 기준이 적용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공개매수를 넘어 이사회에 던져진 과제
맥쿼리는 공개매수 가격이 시장가격 대비 충분한 프리미엄을 반영하고 있으며 회사의 독립적이고 공정한 검토 절차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주주 커뮤니티에서도 의견은 엇갈립니다. "공개매수에 응해야 하나", "상장사에서 쫓겨나는 기분이다", "상장폐지는 회사가 결정하는데 선택권은 거의 없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공개매수는 일반주주가 참여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금융당국도 통상 공개매수 증권신고서의 가격 적정성이나 거래 조건을 문제 삼거나 관련 신고서에 정정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당국은 자진 상장폐지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별개의 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공개매수 이후 포괄적 주식교환 등 잔여 지분을 확보하는 절차에서 추가 신고와 심사가 이뤄지는 만큼, 이 과정에서 거래의 절차적 정당성과 일반주주 보호 여부가 검증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실제 올해 3월 이마트의 신세계푸드 완전자회사 편입 시도가 주주 보호 미비를 이유로 금감원의 제동을 받은 바 있습니다. 당시 이마트는 공개매수로 충분한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자 잔여 지분을 대상으로 '포괄적 주식교환'을 시도했으나, 증권신고서 정정명령을 받으며 일정이 미뤄졌습니다. 

결국 이번 가비아 사례가 남길 질문은 공개매수 가격이 얼마인가가 아닙니다. 이사회가 일반주주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거래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입니다.

공개매수 논쟁의 기준이 '가격'에서 '절차'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향후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기업들도 단순히 프리미엄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왜 그 거래가 전체 주주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이었는지 절차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가 남기는 의미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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