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외국인 투자 타고 2045년 선진국 노린다...성장모델 대수술

  • '차이나 플러스 원' 흐름 속 글로벌 공급망 핵심 거점으로 부상

  • 전자·반도체·AI 투자 확대…첨단산업 중심 재편

  • 전문가들 "투자 유치보다 기술 이전·현지화가 중요"

토 람 총서기 겸 주석이 베트남 공산당 제14차 중앙위원회 제3차 회의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공산당 기관지 제공
또럼 총서기 겸 주석이 베트남 공산당 제14차 중앙위원회 제3차 회의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공산당 기관지 제공]

베트남이 2045년 선진국·고소득국가 진입을 목표로 성장모델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동남아 외국인직접투자(FDI) 핵심 수혜지로 떠오른 베트남은 저임금·양적 투자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생산성, 과학기술, 혁신, 고급 인재를 앞세운 새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27일(현지 시각) 베트남 청년신문에 따르면, 지난 24일 열린 베트남 공산당 제14기 중앙위원회 3차 회의에서 발전모델 혁신에 관한 결의안이 통과됐다. 이 결의안은 2045년까지 베트남을 선진국이자 고소득국가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 전환으로 평가된다. 새 성장모델의 핵심은 기존의 양적 성장 방식에서 생산성 중심 성장으로 옮겨가는 데 있다. 베트남은 과학기술, 창의적 혁신, 디지털 전환, 고급 인적자원을 새로운 발전 동력으로 삼고 교통, 에너지, 의료, 교육 등 인프라 기반도 함께 끌어올리는 방향을 제시했다.

쩐 반 카이 국회 과학기술환경위원회 부위원장은 발전모델 혁신을 베트남의 생존 과제라고 규정했다. 그는 과거의 성장 동력이 여전히 의미는 있지만 더 이상 중심축이 될 수는 없다고 봤다. 특히 ▲자본 투입 확대 ▲신용 증가 ▲토지 개발 ▲저임금 노동력에 기대는 방식이 새 발전 단계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베트남은 FDI 유치에서도 뚜렷한 기회를 맞고 있다. 청년신문은 국제기구와 글로벌 기관들이 베트남을 동남아 FDI 유치의 챔피언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 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베트남이 동남아 주요 수혜국 가운데 가장 앞선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베트남의 강점으로는 중국과 가까운 지리적 위치, 경쟁력 있는 인건비, 폭넓은 자유무역협정 네트워크로 요약된다. 이 같은 조건은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베트남을 단순 조립기지가 아닌 전략적 생산 거점으로 선택하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투자 흐름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베트남의 FDI 등록액은 346억5000만 달러(약 50조87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했다. 집행액은 130억3000만 달러(약 19조1300억 원)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투자 분야도 전자, 반도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 고기술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제기관들도 베트남의 교역·투자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DHL 익스프레스와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이 발표한 보고서는 2026~2030년 베트남의 상품무역 증가폭이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도 베트남이 제도 개혁, 인프라 투자, 민간 부문 지원을 바탕으로 지역 내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봤다.

쩐 안 뚱 호찌민시 경제금융대 경영학과장은 베트남의 FDI 부상이 단기 현상이 아니라 약 20년에 걸친 통합 역량 축적과 제도 개혁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베트남이 중국 남부와 가까워 기업들이 낮은 물류비로 ‘중국+1’ 전략을 실행할 수 있고 17개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여러 대형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 찌 타인 브랜드·경쟁전략연구소장도 베트남의 매력이 더 이상 저임금이나 세제 혜택에만 있지 않다고 봤다. 그는 정치적 안정, 거시경제 안정성, 국제 통합, 제도 개혁 노력이 베트남의 경쟁력을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이제 낮은 비용만 찾는 것이 아니라 안정된 제도, 일관된 정책, 높은 예측 가능성을 갖춘 국가를 우선한다”고 말했다.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다만 FDI 전략은 양적 유치에서 질적 선별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쩐 안 뚱 학과장은 베트남이 더 많은 자본을 끌어들이는 것보다 현지화율을 높이고 지원산업을 키우며 반도체·AI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베트남이 조립공장에 머물지 않고 기술과 제품을 창출하는 공급망 중심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 찌 타인 소장은 “FDI는 기술 이전, 지원산업 발전, 생산 클러스터 형성을 통해 경제를 업그레이드하는 도구”라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은 유치한 달러 규모를 세는 사고에서 자본 흐름의 품질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옮겨가야 한다”며 “FDI의 품질이 향후 경제의 경쟁력, 전략적 자립 역량,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중앙위의 발전모델 혁신 결의도 이런 방향과 맞물린다.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은 중앙위 3차 회의에서 “가장 큰 병목은 여전히 실행 단계”라며 주요 원인을 “근본 원인부터 동시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중앙위는 정책의 척도를 실제 결과, 국민의 삶의 질, 일자리 기회, 행복, 신뢰에 둬야 한다는 원칙도 제시했다.

토지와 도시 정책도 새 성장모델의 일부로 조정된다. 중앙위는 토지를 지하 공간, 상부 공간, 경제 회랑, 해양경제권과 연결된 발전 공간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봤다. 도시 개발과 대중교통을 연계하는 TOD 모델 확대, 지방 권한 강화, 책임 명확화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베트남의 과제는 몰려드는 FDI를 경제 고도화로 연결하는 데 있다. 공급망 재편의 수혜를 받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첨단기술, 고급 인력, 제도 개혁, 인프라 개선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한편, 베트남의 새 성장전략은 FDI 호황을 단순한 자본 유입이 아니라 산업 구조를 끌어올리는 기회로 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앙위의 발전모델 혁신과 전문가들의 질적 FDI 전환 요구는 베트남이 공장 유치 국가를 넘어 기술·혁신 거점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방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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