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술자리] 달라진 술문화에 실적악화·구조조정 '직격탄'... 활로 찾는 주류업계

  • 회식 축소·1인 가구 증가…20대 음주량 '최저'

  • 롯데칠성, 과실주·RTD 호조로 주류 부문 선방

  • 과일맛 소주·논알코올 제품으로 활로 모색

새로 플레이버 3종 사진롯데칠성
새로 플레이버 3종 [사진=롯데칠성]

#15년차 직장인 A씨는 요즘 부서 회식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곤 한다. '번개'가 넘쳐나던 부서 회식 자리가 월 1회 정도로 줄어든 데다 사원·대리급 MZ세대는 그조차도 "운동 가야 한다" "어학 학원을 다니고 있다"며 빠지기 일쑤다. A씨는 "예전의 회식 자리가 '부어라 마셔라' 했다면 이제는 1차로 식사와 간단한 반주 정도로 마무리하는 게 일반화됐다"고 말했다.

회식 등 음주 문화 변화와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 확산에 국내 주류 시장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위스키 등 독주(毒酒) 시장의 타격은 특히 심각하다. 고도주의 대표 격인 위스키 업계는 실적 급락에 구조조정 한파까지 내몰렸다. 위스키뿐 아니라 소주·맥주도 판매 부진에 직면하면서 주류업체들은 주류 소비 및 음용 트렌드 변화에 맞춰 저도주와 즉석음용음료(RTD)로 활로를 찾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위스키 브랜드 '조니워커'를 운영하는 디아지오코리아는 최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36개월 치 급여와 특별위로금 2000만원 조건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2024년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감원에 들어간 것이다. 지난해 디아지오코리아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8.1% 급감한 94억원에 그쳤다. 

경쟁 위스키업체인 골든블루와 페르노리카도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양사의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36.3%, 71.6% 줄어들었다. 골든블루는 지난해 실적 부진 여파로 월 급여의 100~130% 수준을 주던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은 데 이어 올해도 '성과급 0원'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소주와 맥주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업체들도 한파에 직면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5908억원)과 영업이익(559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6%, 10.8% 감소했다. 소주(-2.2%)와 맥주(-7.9%) 매출이 동반 하락한 여파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맥주(-25.3%), 와인(-2.3%), 스피리츠(-17.5%) 등 주요 주류 품목 매출이 크게 줄었다.

이에 주류업체들은 체질 개선에 나서며 활로를 모색 중이다. 전반적인 주류 감소 속에서도 저도주와 RTD 등이 새로운 성장 카테고리로 떠오르면서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스포츠 마케팅과 해외시장 확대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찾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소주 '새로'의 도수를 16도에서 15.7도로 낮추고 과실주와 200㎖ 소용량 라인업을 확장하는 한편, RTD 브랜드 '순하리 진'을 필두로 믹솔로지(다양한 술과 음료를 섞어 마시는 형태)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출시한 '새로 오미자'는 한 달여 만에 200만병 판매를 돌파했고, 순하리 진 역시 올해 상반기 매출 170억원을 기록하며 이미 전년 연간 매출(162억원)을 넘어서는 등 RTD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일본 RTD 판매 1위 브랜드인 기린 '효케츠 모모'를 국내에 들여온 데 이어 최근 레몬 맛을 추가했다. 국내에서는 일반 맥주보다 칼로리를 3분의 1가량 낮춘 '테라 라이트'와 '두쫀쿠향에이슬', '버터향에이슬' 등을 잇달아 선보였다. 계열사 하이트진로음료도 '하이트제로0.00 레몬&유자'를 추가하며 무알코올 라인업을 강화했다.

술자리 중심이던 주류 마케팅은 스포츠와 여가 활동 등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오비맥주는 '카스 0.0' 등 논알코올·저칼로리 제품을 앞세워 지난 5월 무신사 스탠다드 스포츠와 러닝 행사를 열며 2030 세대와의 접점을 넓혔다. 북중미 월드컵 기간에는 뷰잉펍과 팝업스토어, 인공지능(AI) 기반 참여 행사를 운영했다. 

내수 시장의 한계를 넘기 위한 해외 시장 공략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K콘텐츠 확산과 맞물려 도수가 낮고 단맛을 강조한 과일소주가 해외 활로의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과일소주가 포함된 리큐르 수출액은 지난해 1억41만 달러로 전년 대비 4.3% 증가했다.

자두, 딸기, 복숭아, 레몬, 멜론 등 수출 전용 '에이슬' 시리즈를 선보이는 하이트진로의 경우 과일소주가 포함된 기타제재주 매출이 지난해 1075억원으로 전년 대비 6.9% 늘었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미국, 동남아, 유럽 등 40여개국 유통망을 바탕으로 올해 1분기 과일소주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하는 등 해외 영토를 넓히고 있다.

류인수 한국술산업연구소 소장은 "소비심리 위축으로 시장 전반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저도수·저용량·하이볼 중심의 가벼운 음용 트렌드와 약청주 기반 탄산주 등은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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