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완의 M.S.G] 11월부터 술병 달라진다는데…주류업계가 걱정하는 이유는

  • 11월부터 음주운전 경고문구·그림 표시

  • 주류 소비 감소세 속 업계 위축 우려

  • 와인·위스키 애호가 반발에 청원까지

AI로 생성된 이미지 사진챗GPT
AI로 생성된 이미지 [사진=챗GPT]

오는 11월부터 소주·맥주·와인·위스키 등 술병 라벨이 달라집니다. 지금까지 술병 라벨에는 음주가 건강에 미치는 위험과 임신 중 음주의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문구가 주로 담겼지만, 앞으로는 음주운전 위험성을 경고하는 문구나 그림이 새롭게 추가됩니다.

1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아 국민건강증진법 시행규칙과 관련 고시를 개정하고 오는 11월 9일부터 시행할 예정입니다. 술이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음주운전 등 사회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소비자에게 보다 직접적으로 알리겠다는 취지입니다.

이번 제도 개편 핵심은 '음주운전 금지' 경고입니다. 기존 경고문구에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알리는 내용이 추가되고, 문구 대신 경고그림을 표시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글자보다 눈에 잘 띄는 그림을 활용해 음주로 인한 위험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겠다는 것입니다.

경고문구 글자 크기도 커집니다. 정부는 술병 용량에 따라 글자 크기 기준을 세분화했습니다. 300㎖ 이하 제품은 8포인트 이상, 500㎖ 초과 1000㎖ 이하 제품은 14포인트 이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식입니다. 술병 크기와 상관없이 소비자가 경고 내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가독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입니다.

김한숙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술이 단순한 기호식품을 넘어 개인의 건강과 사회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경고그림을 통해 국민이 음주의 위해성을 보다 직관적으로 체감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새로운 표시 기준을 따르지 않을 경우 처벌도 받을 수 있습니다. 경고문구나 그림을 표시하지 않으면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주류업계도 음주운전과 과도한 음주로 인한 사회적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미 줄어들고 있는 주류 소비가 이번 규제를 계기로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술을 아예 마시지 않거나 음주량을 줄이는 소비자가 늘어난 상황에서 경고그림까지 도입될 경우 소비 감소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술 소비는 빠르게 줄고 있습니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과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주류 실질 소비지출은 1만3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0% 감소했습니다. 2019년 이후 분기 기준 가장 큰 감소 폭입니다. 주류 실질 소비지출은 2023년 4분기부터 10분기 연속 줄었습니다.

국내에서 출고되는 술의 양도 감소세입니다. 2024년 국내 주류 출고량은 315만1000㎘로, 2014년 380만8000㎘보다 17.3% 줄었습니다.

한 번에 많은 양의 술을 마시는 폭음 문화 역시 변화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의 월간 폭음률 중앙값은 33.8%로, 2023년 35.8%를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하락했습니다.

와인과 위스키를 즐기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반발도 나옵니다. 제품의 맛뿐 아니라 병과 라벨 디자인을 함께 즐기는 수입주류 특성상 경고그림이 상품의 심미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이에 최근 국회전자청원 게시판에는 관련 규제를 철회하고 재검토해 달라는 청원도 올라왔습니다.

청원인은 위스키·와인·전통주는 디자인 경쟁력이 중요한 제품이며, 국내 시장 전용 라벨 제작이 생산비 증가와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온전한 패키지를 원하는 소비자가 해외 직접구매로 이동하면서 국내 유통업체와 영세 전통주 업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습니다.

정부는 음주 폐해를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소비 감소와 비용 증가라는 현실적인 부담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음주운전 예방이라는 공익적 목적과 산업 위축에 대한 우려가 맞물리면서 오는 11월 술병 라벨을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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