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공지능(AI) 사업에 참여했거나 참여를 검토 중인 기업들은 잇따른 공모와 평가 일정으로 연구개발(R&D)보다 사업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고 호소한다. 공모가 이어질 때마다 새로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는 데다 선정 이후에도 단계별 평가를 반복적으로 받아야 하는 구조가 기업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모두의AI' 사업은 설명회 이후 약 3주 만에 컨소시엄을 꾸려 제안서를 제출해야 하는 일정으로 추진되고 있다.
모두의AI 사업 참여를 검토 중인 한 AI기업 관계자는 "사업설명회가 끝난 뒤 불과 몇 주 만에 참여 기관을 섭외하고 역할을 조정해야 한다"며 "사업마다 함께할 기업이 달라 컨소시엄을 새로 꾸리는 작업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사업마다 요구하는 방향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기업들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업명이 다를 뿐 어떤 차별성을 요구하는지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공고문을 여러 차례 읽으면서 정부가 원하는 방향을 추측해 제안서를 작성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공모 준비에 필요한 행정 절차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공공 인공지능 전환(AX) 프로젝트는 사업계획서를 비롯해 개인정보 자율점검표와 각종 확인서 등 10종 넘는 제출 서류가 요구됐다. 사업계획서에는 연차별 성과 목표와 기술개발 계획 등을 세부적으로 담아야 해 작성에 적지 않은 시간이 투입된다.
선정 이후에도 부담은 계속된다. 상당수 사업이 단계별 성과평가를 거쳐 후속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여서 기업들은 기술 개발과 평가 준비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사업의 불확실성도 기업들의 고민거리다. 모두의AI 사업은 아직 내년도 정부 예산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과기정통부는 우선 2~3개 컨소시엄을 선정해 베타 서비스를 운영한 뒤 성능과 이용률 등을 종합 평가해 후속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탈락 컨소시엄 발생 시 신규 사업자를 선정할지 여부 등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베타 서비스까지 약 4개월 남아 있는 만큼 사업을 추진하면서 후속 지원 방식도 함께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정부 지원을 통한 AI 생태계 육성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사업 간 역할을 보다 명확히 구분하고 예측 가능한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기업과 연구개발 인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유사한 정부 사업이 동시에 추진되면 동일한 기업과 인력이 여러 공모를 병행할 수밖에 없고 연구개발보다 컨소시엄 구성과 제안서 작성, 성과평가 대응 등에 역량이 분산돼 행정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공모 방식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 AI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한 AI 기업 관계자는 "정부 지원을 계기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상용화 기회를 확보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며 "민간 기업의 참여 기회를 확대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는 만큼 사업 간 차별성과 운영 방식이 보완된다면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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