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일반주주 권익 훼손 우려가 있는 유상증자에 대해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적극 행사하면서 상장사들의 자금조달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올 들어 금감원이 정정을 요구한 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0% 가까이 늘었다. 상장폐지 요건 강화 등으로 재무 구조 개선, 사업 확대를 위한 기업들의 자금 수요는 커졌지만 금융당국은 자금 사용 목적과 주주 보호 방안 등을 더욱 엄격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유상증자 결정 공시를 낸 상장사는 코스피 50곳, 코스닥 215곳 등 총 265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84곳)보다 44.0% 증가했다. 반면 올해 1~5월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규모는 1조814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5081억원)보다 27.7% 감소했다. 기업들은 증자를 추진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실제 자금조달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줄어든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울반도체다. 한울반도체는 지난 16일 네 번째 증권신고서 정정안을 제출하며 유상증자 규모를 축소했다. 모집 주식 수는 기존 470만주에서 380만주로 줄였고 모집금액도 228억6550만원에서 190억7600만원으로 낮췄다. 구주 1주당 신주 배정비율도 0.7049주에서 0.5643주로 조정했다. 금융당국의 반복된 정정 요구에 따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증자 규모를 줄인 것이다.
툴젠도 이날 세 번째 정정신고서를 제출했다. 툴젠은 지난 6월 1일과 7월 2일 두 차례 금융감독원에서 정정 요구를 받은 뒤 이번 신고서에 주주와의 소통 절차를 보완했다. 회사는 지난 7월 1일 기업설명회(IR) 개최 계획을 사전 공시하고 같은 달 9일 금융투자교육원에서 대면 설명회를 개최한 내용을 추가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주주권익 훼손 우려 유상증자'를 중점 심사 대상으로 선정해 심사를 강화해 왔다. 단순한 공시 보완을 넘어 할인율 산정 근거와 자금 사용 계획, 최대주주와 이해상충 여부, 제3자 배정 필요성 등까지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올해 가장 주목받은 사례는 한화솔루션과 에코프로비엠이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3월 26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2조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금융감독원에서 두 차례 정정 요구를 받았다. 이후 증권신고서를 세 차례 수정하며 유상증자 규모를 1조7000억원으로 축소한 끝에 심사를 통과했다.
에코프로비엠도 지난달 30일 약 1조2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지만 지난 14일 금융감독원에서 1차 정정 요구를 받았다. 회사는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 프로젝트와 헝가리 공장 투자 등 성장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이라고 설명했지만 금융당국은 투자 필요성과 자금 사용 계획, 일반주주 보호 방안 등에 대한 보완을 요구했다. 20일 현재 회사는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주주 보호 강화라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장사들이 유상증자,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심사 강화로 기업들이 체감하는 상장 비용이 높아지면서 상장을 유지할 유인이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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