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여러 국립대들이 자금을 모아 예금·국채보다 기대수익과 위험이 큰 주식·부동산 등에 공동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한다. 일본 국립대도 현재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안전자산 위주로 여유자금을 굴리지만, 앞으로는 대학 간 공동투자로 운용 범위를 넓히려는 것이다. 자산 규모가 작고 투자 전문인력을 두기 어려운 지방 국립대가 운용 경험이 풍부한 대학과 손잡고 자산운용 역량을 보완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학령인구 감소와 물가 상승으로 대학의 재정 부담이 커지자, 보유 자산을 적극적으로 운용해 연구·교육 재원을 마련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2일 일본 정부가 이르면 2026 회계연도 안에 국립대 간 주식·부동산 공동투자를 위한 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 분야 국가전략에도 국립대의 자산운용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포함할 방침이다.
현재 국립대의 자산운용은 원칙적으로 원금이 보장되는 국채·지방채 등으로 제한된다.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자산에 투자하려면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전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윤리규정을 마련한 뒤 문부과학상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전국 85개 국립대 가운데 위험자산 투자가 가능한 곳은 약 20곳에 그친다.
새 제도는 규모가 작은 대학이 자산운용 경험이 풍부한 대학과 자금을 공동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공동 운용이 가능해지면 유력 대학이 투자하는 상품에 다른 대학도 함께 투자해 운용 역량을 보완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문부과학성은 국립대학법인법의 자산운용 관련 기준 개정을 검토한다.
정부가 국립대의 자산운용 확대에 나선 배경에는 커지는 재정 부담이 있다.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현재 약 63만 명인 대학 진학자는 2040년 약 46만 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사립대 등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의 약 30%는 채무 초과 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여기에 물가 상승으로 노후 건물과 연구시설의 유지·보수 비용도 늘고 있다. 국채 등 안전자산 중심의 운용으로는 자산의 실질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립대가 정부에서 받는 운영비 교부금 수입은 정체된 상태다. 등록금과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는 자체 재원 확충이 시급해졌다. 정부는 자산 운용으로 얻은 수익을 운영비와 연구비 등에 활용해 대학이 자체 재원을 확충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미국과 유럽의 주요 대학은 자산 운용 수익으로 연구비 등을 충당하며 세계 각지에서 우수 인재를 끌어모으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의 운용 자산은 570억 달러(약 85조5000억원) 수준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공동 운용을 통해 자산 규모와 전문 인력이 부족한 지방 국립대의 운용 여건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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