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산업이 거대한 생존 경쟁에 들어섰다.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미국의 관세 정책,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원자재 가격 상승,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수익성을 지키는 동시에 미래차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허리띠를 졸라맸다. 독일 폭스바겐은 실적 부진과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해 대규모 비용 절감과 조직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도 다르지 않다. 닛산은 판매 부진으로 글로벌 생산능력을 줄이고 수만명 규모의 인력 감축과 공장 통폐합을 추진 중이다. 혼다 역시 전기차 투자 계획을 재조정하며 수익성 중심 경영으로 선회했다. 한때 세계 시장을 호령하던 기업들조차 생존을 위해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감내하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국내 자동차 산업은 정반대의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한국GM 노조는 13일부터 부분 파업을 포함한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생산 차질이 현실화하면서 산업계의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이지만 글로벌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시기에 생산라인을 멈추는 선택이 가져올 파장을 노사 모두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은 물론 정년 연장과 불법 행위로 해고된 조합원 복직 등 상식 밖 요구로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기업 성과를 함께 나누자는 취지와 별개로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고정적으로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방식은 기업의 미래 투자 여력을 크게 제약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현대차의 경영 여건 역시 녹록지 않다. 미국의 관세 부담과 환율 변동, 원자재 가격 상승, 중동 정세 불안이 겹치며 수익성이 악화일로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30% 이상 감소했다.
생산라인이 멈추는 피해는 완성차 업체에만 그치지 않는다. 자동차 산업은 수천 개 협력업체와 철강, 화학, 전자, 물류 산업이 긴밀하게 연결된 대표적인 제조 생태계다. 완성차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협력업체의 생산도 함께 흔들리고 수출 일정과 해외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한다. 한번 흔들린 공급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세계 자동차 산업이 생존을 걱정하는 시기에 한국만 과거의 노사 문법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미국과 독일, 일본, 중국의 자동차 기업들은 공장과 인력을 줄이는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미래 기술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파업과 생산 차질을 반복하며 스스로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는 자화상을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정부는 노사 자율을 존중하되 대화가 장기 교착 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야 한다. 설비투자 확대와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공급망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적 지원도 살뜰히 챙길 필요가 있다. 기업 역시 합리적인 보상과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에 더욱 힘써야 한다.
자동차는 반도체와 함께 수십만 개의 일자리와 수출을 책임지는 국가 핵심 산업이다. 노사 갈등이 길어질수록 국가 경제 전체가 손해를 입는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생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생산라인보다 소모적인 대립을 먼저 멈춰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힘겨루기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공동의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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