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치료, 커지는 보험금] 통원 141회, 57번의 진단서…경상환자 장기치료 왜 못 막나

  • 진단서 반복 제출로 장기치료…제도 허점 여전

  • 한방 치료비 1인당 108만원…양방보다 3배 높아

사진제미나이
[사진=제미나이]
2024년 3월 교통사고로 허리와 무릎 염좌 진단을 받은 A씨는 이후 2년 넘게 한의원 통원치료를 이어갔다. 병원을 찾은 횟수는 141회, 발급된 진단서는 57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34건은 별도 진료 없이 진단서만 발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환자의 장기치료 적정성을 관리하기 위한 이른바 ‘8주룰’ 도입이 늦어지는 사이에 현행 제도로 걸러내기 어려운 장기치료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추가 치료 필요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절차가 부족해 치료가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이어지고 자동차보험금 지급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형 손해보험사 4곳이 집계한 결과 2023년 1월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진단서를 18차례 이상 발급받은 경상환자는 8242명에 달했다. 4주를 넘겨 치료를 받을 때 추가 진단서 제출을 의무화한 첫해인 2023년에는 18차례 이상 진단서를 발급받은 경상환자가 140명이었다. 이후 진단서를 반복 발급받아 치료를 연장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누적 인원이 크게 늘었다.

감사원도 유사한 사례를 지적했다. 2023년 1월 사고로 12급 3항인 척추염좌 판정을 받은 B씨는 내용이 비슷한 진단서를 31차례 제출해 치료기간을 연장했다. 이 과정에서 진료비 145만5000원이 발생했다.

보험업계는 추가 치료 필요성을 객관적으로 심사할 절차가 사실상 없다는 점을 장기치료가 반복되는 원인으로 꼽는다. 현재는 의료기관이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고 진단하면 보험사가 그 적정성을 별도로 검증하기 어렵다. 진단서 제출 여부만 확인하는 현행 방식으로는 장기치료를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금융당국은 8주를 넘겨 치료받는 경상환자에 대해 공적기구가 추가 치료 필요성을 판단하는 ‘8주룰’ 도입을 추진해왔다. 장기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보호하되 치료 필요성이 불분명한 진료는 걸러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한의업계는 환자 상태와 회복 속도를 반영하지 않은 채 치료기간을 일률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제도 도입도 답보 상태다.

장기치료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방 진료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대형 손보사 4곳의 지난해 경상환자 1인당 평균 한방 치료비는 108만3000원으로 양방 치료비 35만5000원 대비 약 3배였다.

한 번 내원해 침·구·부항·약침·추나 등 8개 한방시술 가운데 6개 이상을 받는 이른바 ‘세트청구’도 늘고 있다. 지난해 4대 손보사의 한방 통원진료비는 817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세트청구 진료비 비중은 64.4%였다.

보험업계는 세트청구 확대가 한방 진료비 증가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보고 있다. 다만 한의업계는 환자 상태에 따라 여러 치료를 함께 시행할 수 있으며 복수 시술만으로 과잉진료를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현행 4주 지급보증 절차는 진단서 제출 여부만 확인할 뿐 추가 치료의 적정성을 객관적으로 심사하기 어렵다”며 “8주룰은 공적기구의 의학적 판단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장기치료가 계속되는 만큼 실효성 있는 관리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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