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 미래비전연구소장 "인공지능 시대는 10% 기술 차이가 100%를 결정한다."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 "AI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 안 쓰는 사람이 일자리를 잃는다."
국립부경대학교 AI디지털배움터사업단이 10일 오후 부경대 대연캠퍼스 공학1관에서 개최한 'AX 시대, 기업의 생존전략과 AI리더십 특강'에서 재계와 정관계를 넘나든 두 AI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부산 지역 기업인과 학생들에게 실전 조언을 쏟아냈다.
첫 강연에 나선 이재성 미래비전연구소장(전 이재명 후보 직속 AI강국위원장, 전 엔씨소프트 전무)은 "생존"이라는 표현을 화두로 꺼내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산업혁명의 본질은 '등장'이 아니라 '대중화'에 있다"고 짚었다. 1차 산업혁명의 기계화, 2차의 에너지(전기), 3차의 인터넷에 이어 지금은 인공지능이 그 대중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소장은 인터넷 대중화가 낳은 3대 혁신 산업으로 검색(구글·네이버), 전자상거래(아마존·토스·배민·쿠팡), 엔터테인먼트(넷플릭스)를 꼽으며 "오프라인 기반 없이 처음부터 온라인으로 뛰어든 쪽이 결국 이겼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 붐을 이끄는 3대 요인으로 데이터·알고리즘·연산능력(GPU·데이터센터)을 제시하고, "이 세 가지와 관련된 일에 도전하는 게 창업이든 취업이든 1순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과 창업을 "동전의 양면"에 비유하며 "취업 없이 곧바로 창업해 성공한 사례보다 취업 후 창업한 사례가 훨씬 많다"고 짚었다. 학벌 중심 사고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이 소장은 "물건을 살 때 이 제품을 어느 대학 나온 사람이 만들었는지 따지느냐"며 "간판을 앞세우는 시대는 지나갔고, 이제는 10%의 기술 격차가 100%의 결과 차이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부산 사례도 제시했다. 그는 "감천문화마을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지만 다대포는 그렇지 못하다"며 "감천문화마을로 온 관광객을 다른 지역까지 끌어올 방법을 AI로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창의성에 대해서는 스티브 잡스의 "창의성은 그저 연결하는 것(Creativity is just connecting things)"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익숙한 길이 아니라 낯선 길을 걸어야 뇌가 새롭게 작동한다"고 조언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는 양모 교수는 "최태원 SK 회장이 이제는 스페셜리스트보다 제너럴리스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세분화된 대학 교육 체계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물었다. 이에 이 소장은 "여러 전문 분야 교수들이 함께 강의에 참여해 각 산업 사례로 피드백을 주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가벼운 대화(스몰토크)를 통해 공감대(컨센서스)가 만들어질 때 조직 안에서도 변화가 시작된다"고 답했다.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선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전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는 오늘날 AI가 급격히 똑똑해진 배경을 데이터 폭증, 모델 크기(파라미터) 확대, GPU·메모리 등 연산능력 발전 세 가지로 짚었다.
그는 "오픈AI가 매개변수를 1750억 개까지 밀어붙이면서 이른바 '규모의 법칙(Scaling Law)'이 증명됐고, 이후 자본력을 앞세운 미·중 빅테크의 경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AI가 뱉어내는 결과물을 100% 신뢰해서는 안 된다"며 "검색 결과를 결합한 RAG(검색증강생성) 방식도 검색엔진 성능과 출처 신뢰도에 좌우되는 만큼, 결국 사람이 직접 검증하는 과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하 전 수석은 AI 산업의 핵심 개념으로 '토큰'을 제시했다. 그는 "엔비디아 젠슨 황이 말한 'AI 팩토리'는 사실상 지능을 만드는 '토큰 팩토리'"라며 "데이터센터는 전기와 물, 데이터, GPU를 원재료 삼아 지능이 담긴 토큰을 생산하는 공장"이라고 비유했다.
이어 "단순한 글쓰기 토큰과 조선소 정밀 용접 로봇을 제어하는 토큰은 부가가치가 다르다"며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저부가가치가 아닌 고부가가치 지능 토큰을 생산하는 공장"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어의 구조적 불리함을 데이터로 제시했다. 하 전 수석은 "같은 의미를 표현하는 데도 한국어는 영어보다 훨씬 많은 토큰을 소비하며, 특히 챗봇이 아닌 에이전트 시대에는 이 격차가 곱절로 벌어진다"며 "이는 비용과 속도 모두에서 한국이 불리하게 경쟁을 시작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빅테크는 자국의 최상위 모델을 통제하고 구버전만 공개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최근 미국 정부의 수출통제 사례를 거론, "AI는 이제 알고리즘의 문제가 아니라 전력, 반도체, 데이터센터를 아우르는 국가 역량 전체의 문제이며, 이 때문에 소버린 AI 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이 10일 부경대학교에서 각각 AX시대 기업 생존 전략과 생성형 AI 토큰 경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박연진기자]](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6/07/10/20260710183103467941.jpg)
한국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는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력은 미국과 중국 다음으로 3위권에서 압도적이고, 메모리 반도체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며 "제조업 기반과 원자력을 포함한 전력 경쟁력까지 갖춘 나라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일자리 우려에 대해서는 "AI가 일자리를 뺏는 게 아니라, AI를 안 쓰는 사람이 뺏기는 것"이라며 "생산성 혁신으로 고용 없는 성장 우려가 있지만, 거꾸로 보면 소수 인원으로 창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부산에 대해서는 "글로벌 해양 AI 수도"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하 전 수석은 "해양항만·조선해양·해군방산 분야의 고부가가치 지능 토큰을 만드는 공장을 부산에 세워야 한다"며 "동부산은 국제영화제·지스타 등을 앞세운 미디어콘텐츠 AX 거점으로, 서부산은 낙동강 벨트 중심의 제조업 AX 허브로 특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부울경 인구 중 60세 이상 비율이 청년층의 두 배에 달한다는 통계를 언급하며 "일자리가 없어 청년이 떠나는 구조를 AX를 통한 새로운 기회 창출로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질의응답에서는 정부의 3대 AI 메가프로젝트를 둘러싼 인프라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에너지 분야에 정통한 것으로 보이는 김모 씨는 반도체 산업 유치 시 물·전력 확보 문제를 지적하며 "수도권·호남·동남권 트라이앵글 구도에서 동남권이 강점을 가진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을 서둘러 표준화해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아울러 부울경 비전을 실제로 추진할 정치력과 실행 속도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이에 하정우 전 수석은 "제가 정책 결정권자가 아니어서 답하기 조심스럽다"고 전제하면서도 "오랜 기획 끝에 나온 국가적 결정에 지역안배 논리를 들이대면 안 된다"며 "기업은 답이 나오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만큼, 이미 움직였다는 것 자체가 타당성의 방증"이라고 말했다.
전력 문제에 대해서는 "결국 모든 전기는 계통으로 들어가는 만큼, 가장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ESS를 우선 활용하면서 원전을 포함한 전력수급 계획을 함께 키우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인 IT기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홍모 대표는 대학 연구자의 사업제안서와 에이전틱 AI 의존형 제안서 각각의 한계에 대해 물었다.
하 전 수석은 "대학 연구자들의 제안서는 종종 사용자·시장 관점보다 '만드는 사람' 기준으로 설계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고, "에이전트 AI가 작성한 보고서의 가장 큰 문제는 천편일률적인 결과물이 나온다는 점"이라며 "프롬프트 단계에서 의도적으로 다양한 조사를 지시하고 중간중간 개입해 다양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최근 지역 간 유치 경쟁으로 번진 논쟁에 대해 "HMM 부산 이전 당시 다른 지역에서 '왜 우리는 안 주냐'는 반응이 나왔던 것과 비슷한 구도"라며 "지역 갈등 프레임보다 이미 주어진 여건 안에서 우리가 무엇으로 새로운 기회를 만들 것인지 고민하는 게 훨씬 생산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산은 수출입 물류 배후단지에서의 2차 가공 AX, 울산 배터리 산업과 연계한 R&D 역량 유치 등 이미 여러 카드를 쥐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특강은 부산 시민 약 330만 명 중 15만 명 이상의 AI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한 '2026년 부산광역시 AI디지털배움터 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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