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보안도, 내실도 놓친 '모두의창업' 

  • 시작부터 '기울어진 운동장'

사진정연우 기자
[사진=정연우 기자]

정부가 야심 차게 출범시킨 대규모 창업 오디션 플랫폼 ‘모두의 창업’이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로 위기에 처했다. 1차 합격자 5000명의 핵심 아이디어 요약본과 함께 이메일 주소 등 개인정보가 유출돼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마련한 합격자 간담회는 이 프로젝트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다시 한번 드러낸 자리가 됐다.

충청권 1차 합격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간담회에서는 보안 시스템에 대한 지적 외에도 사업 기획 단계에서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세심하게 담아내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비판이 쏟아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청년 창업가들은 플랫폼 운영의 미숙함과 역량 차이를 메워주지 못하는 행정력을 꼬집었다. 현장에서는 지역과 서울 간의 고질적인 네트워크 격차가 이번 오디션 과정에서도 나타났다는 비판이 나왔다. 

더 큰 문제는 사업의 설계에 있었다. 창업 경험이 전혀 없는 순수 예비창업자와 타 분야에서 사업을 일궈본 기창업자가 같은 트랙에서 경쟁하는 구조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예비창업가를 발굴하고 양성하겠다는 본래 사업 취지와 다르게 시작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던 셈이다. 1라운드 합격자들에게 지급되는 200만원의 창업활동비 역시 경직된 사용처 규제 탓에 정작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쓰지 못했다는 불만도 있었다. 

그럼에도 1차 합격자들이 간담회 현장에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것은 이 프로그램에 걸고 있는 기대감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5일 중기부가 발표한 '모두의 창업' 1기 합격자 5000명은 무려 12.6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은 대한민국 창업 생태계의 유망주들이다. 이들에게는 200만원의 활동 지원금과 전문기관 멘토링을 포함한 패키지 지원이 제공되며, 향후 라운드별 서바이벌 심사를 거쳐 최종 우승자에게는 10억원 이상의 사업화 자금이 수여된다. 청년 창업가들 입장에선 인생을 걸어볼 만한 거대한 기회의 장이기에 작은 허점에도 더 크게 아파하고 분노할 수밖에 없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니다. 현 정부의 핵심 중점 사업이자, 한성숙 총리의 중기부 장관 시절 최대 업적 중 하나다. 정부 간판을 달고 추진된 초대형 국가 프로젝트가 정작 가장 기본적이어야 할 보안 관리와 현장 소통에서 허술한 구멍을 드러냈다는 점은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청년들이 밤새워 고민한 창업 아이디어가 관리 소홀로 무단 노출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부는 깊이 반성하고, 그 심각성을 직시해야 한다. 

현재 창업진흥원 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유출 신고 건수는 지난달 25일 54건으로 집계된 이후 연일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제는 개편안을 논의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해결 방안을 미룰 때가 아니다. 한 총리가 다져 놓은 중기부 장관 시절의 업적이 사후 관리 부실로 ‘빛바랜 실책’으로 전락하기 전에 주무 부처로서 책임 있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경찰의 수사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치의 오차가 없는 완벽한 대책을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피해 청년들에 대한 실질적인 구제 조치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이번 프로젝트를 정상적으로 마무리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

무기한 연기된 2차 프로젝트 역시 다시 시행되려면 이번 사태를 얼마나 책임감 있게 수습하느냐에 전적으로 달렸다. 청년들의 도전과 꿈은 정부 역점 사업의 성과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무상 실험 대상이 아니다. 스타트업 선도 국가를 자처하는 중기부의 진심 어린 반성과 속도감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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