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 "삼성 메모리 초호황, 가격 상승·통상마찰 부메랑 될 수도"

  • 닛케이 보도… 소비자 소송에 중국산 대체 움직임, "美, 현지 생산·투자 요구 가능성"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삼성전자의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끈 메모리 초호황이 가격 상승과 소송, 고객 이탈, 통상마찰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일본 유력 경제지의 경고가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8일 영업이익 89조4000억원을 기록한 삼성전자의 2분기 잠정실적과 함께 올해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이 사업 본격 진출 이후 약 40년간의 누적 영업이익을 넘어설 것이라는 김용관 삼성전자 사장의 발언도 소개하며 기록적 호황의 이면에 주목했다. 메모리 가격 급등이 삼성전자의 실적을 밀어 올리는 동시에 PC·스마트폰 등 최종 제품 가격 인상으로 번지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짚었다.

실제로 애플은 지난달 '맥'과 '아이패드' 일부 제품 가격을 올렸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을 인상 이유로 들었다. 메모리칩과 인플레이션을 합친 '칩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미국에서는 메모리 가격 급등을 둘러싼 소송도 제기됐다. 지난달 일부 소비자와 중소기업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메모리 3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PC 가격 인상과 메모리 제품 구매 제한을 구체적인 피해 사례로 소장에 담았다. 이들은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로의 생산 전환을 구실로 범용 D램 공급을 제한해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3사의 D램 시장점유율은 약 90%에 달한다.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중국 업체로 조달선을 넓히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닛케이는 외신 보도 등을 인용해 애플이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YMTC)로부터 메모리를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미국 PC 업체 HP와 델도 CXMT의 D램 채택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레노버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PC에 이미 YMTC 메모리를 탑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닛케이는 한국에 메모리 생산이 집중된 구조도 통상마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의 세계 메모리 시장점유율은 60%에 달한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닛케이에 "AI용 메모리 수요 급증으로 한국 기업 중심의 공급 집중이 심해지면 향후 통상마찰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1980년대 미·일 반도체 마찰을 거론하며 "한국 기업의 점유율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독점 상태를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며 "미국 정부가 생산 거점의 미국 내 이전이나 현지 투자 확대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도 공급 부족을 완화하기 위해 증산에 나섰다. 지난달 SK하이닉스와 함께 총 800조 원을 투입해 국내에 반도체 공장 4곳을 짓는 계획을 발표했고, 경기 평택시 등에서도 올해 말 이후 신공장을 순차적으로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닛케이는 수급 압박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각 사의 증산이 진행되면 향후 공급 과잉으로 시황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AI용 첨단 제품은 생산 기술의 난도가 높아 기존 제품보다 투자액도 커지기 쉽다. 시황이 꺾일 경우 대규모 설비 투자가 경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2023년 시황 악화로 15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며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닛케이는 그로부터 불과 3년 만에 전례 없는 호황을 맞은 삼성전자의 경영 판단이 한층 어려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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