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농업 보조금도 '성과주의'…많이 수확해야 더 받는다

  • 2027년부터 면적 아닌 수확량 따라 차등 지급

  • 생산성 높이려 제도 개편… 기상·지역 격차 반영이 관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정부가 논에서 쌀 대신 밀이나 콩 등을 재배하는 농가에 지급하는 보조금의 산정 기준을 재배면적에서 실제 수확량으로 바꾼다. 지금까지는 수확량과 관계없이 재배면적에 따라 일정액을 지급했지만, 앞으로는 같은 면적에서도 생산량이 많은 농가가 더 많은 보조금을 받게 된다. 농업 지원에 일종의 ‘성과주의’를 도입하는 것으로, 쌀 과잉생산을 막기 위해 운영해 온 일본의 생산조정 정책도 전환점을 맞게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2027회계연도부터 ‘논 활용 직접지불교부금’을 개편해 재배면적이 아닌 작물별 수확량에 따라 지원액을 차등 지급할 계획이라고 7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말 공개한 경제·재정 운영 기본방침 원안에도 논과 밭의 구분 없이 수확량에 따라 지원하고, 이를 통해 농업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 담겼다.

기존 지원 제도는 쌀 소비 감소에 따른 공급과잉을 막기 위해 2013년 도입됐다. 농가가 주식용 쌀 대신 밀이나 콩, 사료용·가공용 쌀 등을 재배하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한다. 논을 유지하면서 주식용 쌀 재배면적을 줄여 생산을 조정하고, 다른 작물로 전환한 농가의 소득을 보전하려는 취지다.

현행 제도에서는 논 10아르(0.1헥타르)에 밀이나 콩을 재배하면 3만 5000엔(약 33만원), 쌀과자나 된장 등에 쓰이는 가공용 쌀을 재배하면 2만 엔을 지급한다. 일정량만 출하하면 실제 수확량과 관계없이 재배면적에 따라 같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농가는 보조금 지급액과 쌀 판매가격을 저울질해 해마다 다른 작물의 재배면적을 정한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용 쌀 재배면적은 136만 7000헥타르, 밀·콩 등 다른 작물의 재배면적은 38만 8000헥타르였다. 면적만 놓고 보면 주식용 쌀 생산능력은 80% 수준으로 억제돼 있다. 다만 재배면적이 지급 조건인 탓에 농가로서는 수확량을 크게 늘리지 않아도 보조금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였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새 제도가 시행되면 품종이나 재배법을 개선해 수확량을 늘린 농가는 더 많은 보조금을 받게 된다. 반대로 수확량이 적으면 지급액도 줄어든다. 평균 수확량을 크게 밑도는 경우에는 보조금을 아예 지급하지 않는 방안도 담겼다. 지원 대상은 논뿐 아니라 밭까지 넓힌다. 사료용 쌀은 이미 수확량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 경우 농가들은 대부분 수확량이 많은 품종을 골라 심는다. 새 제도는 외식용 등 업무용 쌀에서 벼를 수확한 뒤 남은 그루에서 새순을 길러 한 번 더 수확하는 재배 방식 등 생산성을 높이려는 시도에 대한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재정 악화 등 여파


이번 개편의 일차적 배경은 재정 여건이 빠듯하다는 점이다. 닛케이는 재정 여건이 빠듯한 가운데 농림수산성이 성과를 중시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꿔 농업의 합리화를 유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면적만 채우면 수확량과 무관하게 같은 금액이 나가는 현행 구조로는 재정 투입의 성과를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령화로 농업인이 줄어드는 가운데 적은 인원으로도 국내 공급력을 유지해야 하는 사정도 깔려 있다. 

나아가 일본 정부는 이번 개편으로 보조금의 성격 자체를 바꾸려는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제도가 논에 다른 작물을 심게 해 쌀 생산을 줄이는 '감산'의 대가로 돈을 지급했다면, 새 제도는 밀과 콩을 잘 기른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무게를 옮긴다. 니혼대학의 니시카와 구니오 교수(농업경제학)가 닛케이에 "제도 변경으로 보조금이 쌀 생산을 조정하는 수단이라는 성격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농가는 날씨처럼 통제하기 어려운 요인이 보조금 액수에 그대로 반영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가현 오미하치만시에서 논 30헥타르를 경작하는 한 농민은 닛케이에 "농작물은 날씨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며 "열심히 해도 날씨가 따라주지 않으면 생산을 늘릴 수 없다"고 말했다. 야마가타현 쓰루오카시의 30대 농민도 "면적이 기준이라면 생산계획을 세우기 쉽지만,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수확량이 기준이 되면 경영 판단이 어려워진다"고 토로했다.

새 제도는 아직 큰 틀만 제시된 상태로, 작물별 지급단가와 구체적인 산정 방식은 정해지지 않았다. 농림수산성은 올해 말까지 세부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다만 수확량과 보조금을 직접 연동하면 흉작이나 지역별 여건 차이가 그대로 농가 소득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니혼코쿠사이가쿠엔대학의 아라하타 가쓰미 교수(식량농업경제학)는 닛케이에 "지급액 수준은 물론이고 농가마다 생산 환경이 제각각인 만큼, 불공평이 생기지 않도록 균형 잡힌 제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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