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1000만 노인 시대, 대한노인회가 중요해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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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는 노인이 뒤편으로 물러난 사회가 아니다. 오히려 노인이 노동, 소비, 이동, 돌봄, 지역사회 운영의 당사자로 더 깊숙이 들어온 사회다. 한국은 이미 65세 이상 인구 1000만명 시대에 들어섰고, 전체 인구에서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20%를 넘어섰다. 이제 노인정책은 복지의 한 분야가 아니라 국가 운영의 핵심 의제다.

고령층의 삶도 달라졌다. 은퇴 이후 조용히 물러나는 노년만 있는 게 아니다. 상당수 고령층은 계속 일하고, 이동하고, 배우고, 지역사회에 참여하려 한다. 노인이 정책 수혜자이자 경제활동의 주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동시에 존재하게 되면서 이를 대변하고 조정할 대표 창구의 무게도 커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대한노인회의 존재감이 커진 것은 자연스럽다. 대한노인회는 전국 경로당과 지역 조직을 기반으로 한 대표적인 노인단체다. 그 역할도 경로당 운영이나 복지 전달에만 머물 수 없다. 교통복지, 노인 기준 연령, 정년, 일자리, 돌봄을 둘러싼 정책 논의의 당사자로 설 수밖에 없다.

최근 서울시의 도시철도 무임승차 연령 조정 논의는 대한노인회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준다. 서울시는 대한노인회 서울시연합회의 제안을 받아 지하철 무임승차 기준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높이고, 70세 이상 노인의 버스 교통비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공청회에 부치기로 했다. 노인회가 제기한 의제가 공론화를 거쳐 행정과 의회 논의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당사자의 요구가 단순 민원에 그치지 않고 제도 논의의 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이 논의는 단순히 기존 혜택을 지킬 것인지, 줄일 것인지의 문제가 아니다. 65세 기준이 지금의 노년을 제대로 반영하는지, 교통복지를 어떻게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다시 짤 것인지 묻는 문제다. 이중근 대한노인회장이 노인 기준 연령을 단계적으로 높이자고 제안한 것도 같은 문제 제기다. 노인을 복지 수급자로만 볼 것인지, 더 오래 일하고 참여하는 사회 구성원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다만 노인 기준 연령 조정은 신중해야 한다. 나이를 늦춘다고 노후 불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활동적인 노년이 늘었다고 노인 빈곤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노인과 더 오래 버텨야 하는 노인은 같은 말처럼 들리지만 전혀 다른 현실이다.

그래서 대한노인회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 노인은 하나의 집단이 아니다.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60대 후반과 돌봄이 필요한 80대, 자산과 소비 여력이 있는 고령층과 빈곤 노인의 처지는 다르다. 대한노인회는 이런 차이를 외면한 채 더 많은 혜택을 요구하는 압력단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대한노인회는 활동적인 노년과 취약한 노년, 현재 노인 세대와 미래 세대, 복지 확대와 재정 지속가능성 사이에서 조정의 언어를 가져야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대한노인회를 배제해서는 안 되지만, 특정 단체가 노인 전체의 의사를 독점한다고 봐서도 안 된다. 대표성은 조직의 크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공론장을 넓히고, 노년 내부의 다른 목소리까지 담아낼 때 힘을 얻는다.

1000만 노인 시대에 필요한 것은 노인을 뒤로 물러난 세대로 보는 낡은 시선도, 모든 노인을 하나의 이해집단으로 묶는 단순한 접근도 아니다. 노인을 사회·경제적 당사자로 인정하되, 노년 내부의 빈곤과 격차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 대한노인회의 존재감이 커진 만큼 책임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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