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개표소 봉쇄 한 달째…경찰도 정치권도 접근 '신중'

  • 국조특위 두 차례 투표함 반출 무산…충돌·법적 근거 부담

  • 경찰, 강제 해산 난항…폭행 등 개별 불법 행위는 엄정 수사

  • 선관위 책임론 속 체육단체들 업무 차질 등 2차 피해 확산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인한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참가자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인한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에서 참가자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촉발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봉쇄 집회가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투표함 반출 시도도 두 차례 무산됐지만, 경찰은 강제 해산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치권 역시 공권력 투입보다는 국조특위와 선거관리위원회 개혁 등 제도적 대응에 무게를 두면서 사태가 장기화하는 모습이다.

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국조특위는 지난달 16일에 이어 이달 2일에도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보관된 투표함 반출을 시도했지만, 모두 불발됐다. 지난 2일에는 경찰 협조로 경기장 내부 진입에는 성공했는데, 투표함 보관 상태와 봉인 여부 등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경찰은 현장 질서 유지와 개별 불법 행위 수사를 병행하면서도 집회 자체를 강제 해산하는 데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리적 충돌과 안전사고 우려, 법적 근거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1일 국조특위에서 집회 참가자에 대한 조치가 늦어졌다는 지적에 "한 사람을 끌어내는 것은 쉽지만, 주위에 여러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또 주최자가 있는 일반적인 집회와 달라 누구와 교섭해야 할지 고민이 크다는 입장도 밝혔다.

법조계에서도 강제 해산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회 참가자들이 특정 주최자의 지휘 아래 모인 전형적인 집회가 아닌 개별적으로 현장에 모인 것에 가까운 만큼 단순히 모여 있다는 이유만으로 해산 명령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폭력이나 기물 손괴 등 명확한 불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업무방해 혐의 적용에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있다.

다만 경찰은 폭행 등 개별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일 국조특위 현장조사 과정에서 경찰관을 밀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이 구속됐고, 앞서 경찰에게 침을 뱉고 폭행한 혐의를 받는 40대 여성도 구속 송치됐다. 경찰은 현장 채증 자료를 토대로 업무방해와 폭행 등 혐의가 있는 참가자들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도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강경 대응 필요성이 거론되지만, 공권력 투입이 자칫 '진압 프레임'으로 번질 수 있다는 부담이 크다. 민주당은 국조특위와 선관위 개혁 태스크포스(TF), 특검 추진 등을 통한 제도적 대응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민의힘은 부실한 선거 관리 문제와 정부·여당 책임론을 부각하며 공권력 투입에는 반대하는 분위기다.

선관위는 사태의 원인 제공 기관으로 지목되지만, 정작 봉쇄를 직접 해소할 권한과 수단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자체는 선관위 관리 부실 논란으로 이어졌지만, 현재 경기장 주변 집회와 투표함 반출 문제는 경찰·국회·체육단체 등 여러 주체가 얽힌 사안이 됐다.

봉쇄 장기화로 인한 2차 피해도 커지고 있다. 핸드볼경기장 안에 사무실을 둔 체육단체들은 한 달째 정상 출근과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일부 종목 단체는 선수 지원과 급여 정산, 대회 운영 등 행정 업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체육회도 선관위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사회학 교수 등 전문가들은 물리력에 의존한 해법보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원인과 책임을 명확히 밝히는 절차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투표함 봉쇄가 장기화할수록 경찰력 투입 부담과 시민 피해가 동시에 커지기에 국조특위 조사와 선관위 제도 개선 논의가 속도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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