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업계, 트럼프에 "메모리값 잡으려면 시장개입 말고 세제혜택 확대해야"

  •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트럼프 행정부에 서한

SK하이닉스의 HBM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 전시 모델사진로이터연합뉴스
SK하이닉스의 HBM(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 전시 모델[사진=로이터연합뉴스]

글로벌 반도체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메모리 가격 급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교란할 수 있는 조치보다 세제 혜택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들에게 보낸 1일자 서한에서 메모리 업체들과 고객사와의 장기 계약을 계속 허용하고, 미국 내 증산을 위해 세제 혜택을 확대해 줄 것을 촉구했다.

SEMI는 서한에서 "(미국) 국내 공급 회복력 가속화를 지원하는 표적화된 정책은 효과적일 수 있지만, 가격이나 생산능력 결정을 왜곡하는 개입은 수요 침체를 장기화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의 시장 상황은 미국 내 제조업 투자와 장기 구매 계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해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SEMI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업체들을 비롯해 인텔, TSMC 등 3000곳 이상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이같은 서한은 최근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급등으로 이른바 '칩플레이션(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이 심화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최근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잇따라 제품 가격을 인상한 가운데 미국 정책당국자들은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정치권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버니 모레노 상원의원(공화·오하이오)은 지난 4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에 보낸 서한에서 메모리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나타난 자동차 공급망 차질 및 가격 상승과 유사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의 미국 내 공급을 우선시하는 방안을 촉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애플은 트럼프 행정부에 메모리 반도체 가격 인상에 따른 대처 방안으로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 사용을 허가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SEMI는 이 같은 조치들보다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에게 고객사와의 장기 계약을 계속 허용하고, 세액 공제 등의 혜택을 제공하면 가격 인상 압력이 완화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로열 카스텐스 SEMI 글로벌 공공정책·권리옹호 담당 부회장은 성명에서 "SEMI와 우리 회원사들은 미국의 기술 리더십 추구를 위한 AI 및 데이터센터 인프라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메모리 생산 능력 강화에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한편 SEMI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능력이 매년 1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AI 인프라 구축으로 인한 폭발적 수요가 공급을 앞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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