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 원칙 상식] 박사 학위 따도 '청년 백수', 학문후속세대 무너지면 국가 미래 없다
아주경제 입력 2026-06-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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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지성의 상징이자 학문의 꽃으로 불리는 박사(博士) 학위 취득자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어렵게 학위를 받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학력 백수’로 전락하는 청년들의 암울한 현실은 더 이상 개인의 불운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의 구조적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29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이 발표한 '2025년 국내 신규 박사 학위 취득자 조사' 결과는 그 심각성을 보여준다. 응답자 1만498명 중 현재 재직 중이거나 취업이 확정된 비중이 66.7%에 그쳤다. 특히 박사 학위를 받고도 일자리가 없는 미취업자와 구직조차 단념한 비경제활동인구를 합친 ‘무직자’ 비율이 33.3%에 달했다. 신규 박사 3명 중 1명이 백수 신세라는 이 수치는 2014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30% 선을 돌파한 역대 최악의 기록이다.
더 심각한 대목은 이러한 고용 한파가 청년층 박사들에게 유독 가혹하게 몰아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1~2년 추이를 보면 백수 박사 비중은 가파르게 치솟았다. 무직 박사 비율은 전년 대비 3.7%포인트 상승하며 역대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특히 30세 미만 청년 신규 박사의 무직자 비율은 51.1%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고 박사 취득자가 가장 많은 30~34세 구간 역시 무직 비율이 44.2%에 육박했다.
고학력 청년 백수가 양산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대학과 기업, 연구소 등에서 이들을 흡수할 ‘박사급 양질의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 악화를 이유로 정규직 전임교원 채용을 대폭 줄이고 시간강사 등 비전임교원을 늘리는 임시방편으로 버티고 있다. 실제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등교육기관 전임교원은 감소한 반면 비전임교원은 대폭 늘어 고용의 질이 악화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한 전문직 일자리 대체 현상과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위축까지 맞물리면서 청년 박사들이 진출할 통로는 더욱 좁아졌다.
청년 박사들의 실업 장기화는 단순히 노동시장 고용률의 문제를 넘어 국가 학문·학술 생태계 근간을 뒤흔드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는다. 최고의 학문적 훈련을 받은 인재들이 연구 기회를 얻지 못한 채 현장을 떠나게 되면 연구의 연속성이 끊어지고 원천기술 확보와 기초학문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이제는 박사 학위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대우를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이들을 단순히 과잉 공급된 노동력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보호하고 활용해야 할 ‘핵심 지식 자산’으로 바라봐야 한다. 정부는 대학원생과 신진 연구자들이 생계 걱정 없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국가 연구개발(R&D) 과제 내 인건비 비중을 현실화하고 안정적인 기본 연구비를 지원하는 ‘학문후속세대 전용 연구 생태계’를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대학 역시 계약직 강사 양산 체제에서 벗어나 포닥(Postdoc·박사 후 연구원) 제도의 안정성을 높여야 하며 기업은 고도화된 박사급 인력을 신산업 창출의 핵심 동력으로 수용할 수 있는 채용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청년 박사들이 연구실 대신 구직 사이트를 헤매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젊은 석학들이 마음껏 연구 기량을 펼치고 그 결실이 사회적 가치로 환원되는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정부와 학계, 산업계가 지혜를 모아 이 위험한 ‘고학력 청년 실업’의 고리를 끊어내야 할 것이다.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도 직업을 구하지 못한 이의 비율이 처음 30%를 돌파했다. '2025년 국내 신규 박사 학위 취득자 조사' 결과, 응답자 1만498명 중 현재 재직 중이거나 취업이 확정된 비중이 66.7%로 29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에 집계됐다. [자료=한국경영자총협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