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선>은 무너져가는 공교육의 현장, 학령인구 감소, 요동치는 대입 제도 속에 초중등·고등교육의 이슈를 진단하고, 당면한 교육 현안·과제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짚어봅니다. 또 한편으론 지속 가능한 대안을 탐색합니다. 때로는 우리 사회에 대한 냉철하지만 따뜻한 시선도 담겠습니다.
현재 이 정책은 거점국립대 3곳을 우선 선정하겠다는 ‘선택과 집중’으로 정책 선회가 이뤄졌지만 현실적 상황을 들이대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정책은 이상주의적 수사(修辭·레토릭)에 갇혀 고등교육의 본질과 재정적 한계를 간과한 치명적인 허점을 안고 있다. 냉정하게 말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허울 좋은 서울대 복제형 종합대학 10곳이 아니라, 확실한 기술 경쟁력을 갖춘 이른바, ‘카이스트(KAIST)형 특성화 대학 10곳’이다. 이는 고등교육의 미래를 걱정하는 전문가들이 대안으로 여러 차례 거론한 바 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현실적으로 왜 어려운지 언론이나 학계 등을 통해 이미 보도화됐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중요한 고등교육정책인 만큼, 다시 한번 복습해보자.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가진 가장 큰 허점은 천문학적인 재정 조달의 한계다. 교육부 공시에 따르면 서울대 학생 1인당 평균 교육비는 6300만 원 선인 반면, 거점국립대 9곳의 평균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2530만 원 안팎이다. 이 격차를 메워 지방 거점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완벽히 끌어올리려면 일회성 예산 투입을 넘어 매년 최소 2조 4000억 원 이상의 추가 재원이 투입돼야 한다. 한정된 국가 고등교육 예산 구조 안에서 이를 감당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재원을 전방위로 쪼개어 나누다 보면 그 어떤 대학도 일류가 되지 못하는 ‘하향 평준화’와 ‘예산 나눠 먹기’의 덫에 빠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서울대라는 모델 자체가 지닌 ‘국립대학법인’이자 ‘종합대학’으로서의 무거움에 있다. 서울대는 인문·사회·자연과학·공학·의학·예술을 모두 아우르는 거대한 거함으로 봐야 한다. 학문의 균형 발전이라는 숭고한 가치를 지니지만, 자원이 부족한 지방 대학들이 단기간에 이 모든 기초학문과 응용학문 생태계를 서울대 수준으로 구축하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전 분야를 두루두루 적당히 잘하는 대학은 지방 소멸을 막을 무기가 되지 못한다. 기업과 청년들이 지방에 남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종합대학 간판’이 없어서가 아니라, 취업·정주에 유리한 ‘특성화학과’와 ‘첨단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공계 특성화 모델이 지방에 들어설 때의 파급력은 이미 증명된 바 있다. 대전의 카이스트(KAIST)를 필두로 광주의 지스트(GIST), 대구의 디지스트(DGIST), 울산의 유니스트(UNIST)는 인서울 종합대학 부럽지 않은 연구 역량으로 지역 경제의 고도화를 이끌고 있다. 거점 국립대 전체를 ‘백화점’식 서울대로 바꾸려 하지 말고, 각 권역의 특화 산업에 맞춰 ‘카이스트(KAIST)형 기술 생태계 거점’으로 재편하는 것이 예산 효율성 측면에서도 백번 옳다. 예컨대 영남권은 제조·로봇 중심의 카이스트(KAIST), 호남권은 신재생에너지·AI 중심의 카이스트(KAIST)로 뾰족하게 벼려내는 식이다.
세계는 지금 법조인이나 인문학자 100명보다, 엔비디아(NVIDIA)의 젠슨 황(Jensen Huang) 같은 혁신적 엔지니어 한 명이 국가를 먹여 살리는 기술 패권 시대 속에 있다. 첨단 기술의 주도권을 쥐는 대학만이 기업을 불러 모으고 청년을 정주하게 만든다.
대안은 ‘선택과 집중’이다. 허울 좋은 ‘간판 평준화’에 매몰되어 백화점 10개를 짓겠다고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다. 실현 불가능한 이상론을 과감히 버리고, 지역을 첨단 기술의 심장으로 만들 ‘카이스트(KAIST) 10개 만들기’로 정책의 키를 돌려야 한다. 교육의 목적은 과거 명성의 복제가 아니라 미래의 생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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